취약한 우리 전기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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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기자는 왜 이정도로 충실한 전기문학이 국내에는 빈곤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 리돌피는 마키아베리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비범한 박력' 을 논하면서 그것을 '신이 내린 재능' 이라고 강력하게 옹호하는가하면, 제2서기장인 그가 받은 월급명세서까지 동원한 치밀한 고증 작업은 그저 놀랍다. 그 때문에 5백년전 사람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단순비교를 해보자. '첫 근대인' 이라면 국내의 경우 다산(茶山)정약용(1762-1836)이 꼽힐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다산과 관련한 제대로 된 평전 하나를 갖고있는가.
불과 2백년전의 사람인 다산이 마키아벨리 보다 멀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학계 연구의 빈곤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겠고, 거기에 '사람을 키우지 않는 풍토' 가 전기문학의 취약성을 부채질 할 것이다.

다행히 예외적인 성취는 없지 않다. 국문학자 김윤식(서울대)교수가 독보적으로 행하는 김동인 이광수 염상섭등에 관한 묵직한 평전 시리즈가 그것이다.

문학영역에 국한된 성취이지만 그것이 겨우 우리의 쓸쓸함을 조금은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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