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위기의 베어스

중앙일보

입력

필자는 지난 7월 1일 글에서 베어스의 매서운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그 기세로 우승까지 넘볼 것으로 예상을 하였다.

그러나 필자의 예견은 한 달 만에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다.

거칠 것이 없게 보였던 베어스는 지난 주 같은 드림리그 3위인 삼성 라이온즈에게 1승 2패를, 그리고 선두인 현대 유니콘스에게 치명적인 3패를 당해 자칫 잘못하면 3위로 내려앉을 위기에 몰렸다.

문제는 지금의 상태로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데 있다.

무너진 선발투수진을 매끈하게 메꿔 주었던 노장 ‘싸움닭’ 조계현이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구위저하로 2군으로 추락했고 나름대로 마운드 운영을 잘해주던 용병 파머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선발 투수진이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여기에 8개 구단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던 중간계투진이 어느덧 무너지고 있다. 한 마디로 허약한 투수력이 팀 부진의 첫째 요인이다.

현재 부상으로 1군에 등록조차 못하고 있는 박명환-이경필의 공백이 갑자게 크게 보인다. 한태균과 이광우가 선전하고 있으나 연패의 사슬을 끊어준다는 믿음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조계현과 파머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선발투수가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준다면 타자로서는 추격의 의지가 약해진다. 또한 중간계투진이 몸풀 시간도 줄어들고 마운드 운용에서도 다음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악수를 둘 수 밖에 없다.

폭발적인 타격을 자랑하던 타자들도 마찬가지로 힘이 떨어지고 있다.

우즈와 김동주의 장타가 많이 줄어들었고 또한 공격의 첨병인 정수근의 슬럼프가 너무나 길다. 그리고 베어스 타자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 처럼 속칭 팀배팅 등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벤치에서 지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덕장이자 지장인 김인식감독의 능력이 이제 시험대에 올라섰다. 그리고 상위팀 치고는 허약한 팀 전력을 가진 베어스 선수단의 좀 더 끈끈한 인화와 단결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사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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