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 감독 여주인공마다 '궁리' 닮아

중앙일보

입력

여배우를 잘 고르기로 유명한 중국 장이모(張藝謀)감독이 세계적 스타 궁리와 인기 정상의 여배우인 장쯔이(章子怡)에 이어 또다른 여배우를 발굴했다.

새 영화 '행복의 시절(幸福時光)' 여주인공을 인터넷으로 공개 모집했던 張감독은 지난달 26일 신청자 4만여명 가운데 19세 소녀 둥제(董潔)를 낙점했다.

張감독이 여주인공을 인터넷으로 선발키로 한 것은 지난 2월. 인터넷의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의 차남 리처드 리(李澤楷)가 운영하는 톰닷컴(http://www.Tom.com)사가 공모를 맡아 국적과 관계없이 '16~19세의 신체 건강하고 용모 단정하며 표준 중국어 구사자' 를 조건으로 신청자를 받았다.

지난 5월 4만여 응모자 중에서 3천9백명을 추린 張감독은 6월 말엔 9개 도시에서 추가 신청을 받는 등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그 결과 주인공으로 뽑힌 董은 다롄(大連) 출생으로 현재 광저우(廣州) 전사(戰士)가무단 소속이다. 10세 때 단원에 뽑혀 5년 동안 베이징(北京) 해방군예술학원에서 무용을 배웠다.

문제는 그녀의 생김새가 궁리와 '리틀 궁리' 로 불리는 장즈이와 너무 흡사해 張감독이 아직도 궁리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선배들을 빼닮은 董의 용모가 큰 화제를 모으자 급기야 중국 최대 석간신문 양성만보(羊城晩報)가 세 여인의 용모를 상세히 비교.분석한 기사를 싣기까지 했다.

먼저 얼굴형. 모두 오이씨 같이 갸름한 미인형이다. 둘째는 이마. 모두 시원하게 넓고 깨끗하다. 셋째 눈썹. 역시 전형적 미인형인 버드나무 눈썹이다.

그중 鞏이 가장 짙고 章이 가장 가느다랗다면 董은 중간. 넷째는 눈.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 눈이다. 다섯째가 양미간. 모두 눈 하나의 적당한 거리다. 董이 그 중 조금 긴 편.

여섯째는 코. 동양인과 서양인의 중간에 해당하는 높낮이와 길이를 지녔다. 일곱째인 입.입술의 생김새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똑같다. 鞏이 조금 두텁고 작은 반면 董의 입이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여덟째 머리카락. 윤기 나는 직선형 검은 머리카락으로 서로 차이가 없다. 아홉째는 헤어 스타일. 다소 제멋대로의 말총머리다.

시원한 이마와 흰 피부에 대비, 어깨선 너머로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이 고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중국 언론들은 결국 張감독이 또다른 궁리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은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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