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 추진이 전세부족 초래

중앙일보

입력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급증한 대규모 재건축사업 추진이 최근 전세부족 현상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건축 사업을 서두르는 단지들이 부쩍 늘었다.
기존 용적률을 적용받아 한 가구라도 더 지을 수 있을 때 사업을 추진하자는 계산에서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앞두고 옮겨갈 집을 미리 구하려는 수요가 몰려 재건축 지역은 물론 주변까지 전세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서울 화곡.문정동과 안양 등지는 전셋집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소형 아파트 전세물건은 거의 동났으며, 다가구.다세대 주택마저 구하기 힘들다.

서울지역 5개 저밀도지구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기본계획이 고시된 화곡지구는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주변 아파트의 전세물건이 거의 바닥났다.
그 결과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화곡동 초록아파트 24평형은 전셋값이 9천만원으로 연초보다 2천만원 이상 올랐으나 물량이 부족하다.

서울 등촌동 한강부동산 관계자는 "화곡지구에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등촌 시영아파트를 찾는데 소형 평형은 물건 자체가 부족하다" 며 "전셋값도 22평형이 최고 8천5백만원으로 2년 전보다 70% 정도 올랐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주공.해청.영동차관아파트 등 재건축을 앞둔 청담.도곡지구도 소형 전셋집을 찾기 어려운 곳이다.
이 지역은 지난해 말 이후 전셋값이 계속 올라 최근에는 가격 오름세가 둔해졌지만 수급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은 재건축으로 오는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1천7백여가구의 이동이 예상되는 곳이다.

더구나 경기도 안양.의왕 등 수도권 남부지역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전세물건까지 찾기 힘들다.
안양에서 시작된 대규모 재건축이 그 원인이다.
안양 뉴삼성부동산 관계자는 "5천만원 이하 전세 물건을 구해달라는 예약만도 10여건 이상 받아놓은 상태" 라며 "인근 의왕.군포 등지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고 말했다.

이밖에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낡은 주공아파트가 많은 부천 중동.광명 하안동.인천 주안 등지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전세부족 현상이 나타날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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