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마는 역시 불사(不死)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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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16강전> ○·나현 초단 ●·펑리야오 5단

제9보(101~113)=흑▲들이 놓일 때마다 나현 초단을 응원하는 구경꾼들은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나현은 대담무쌍하게도 계속 손을 빼 상변을 다 받아 챙겼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백은 어쩔 수 없어 손을 뺀 것일까. 아니면 대마가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손을 뺀 것일까.

 대국장 밖으로 나와 손에 땀을 쥐며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펑리야오 5단의 손이 101에서 멎는다. 이건 무엇이냐. 대마 포획을 위해 그토록 기초공사를 많이 하고 나서 돌연 딴 데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박영훈 9단의 대답이 묘하다. “아직 포위망이 약합니다.”

 ‘참고도’ 흑1로 막아 잡으러 오면 백은 A나 B에 두어 사는 수를 노릴 수 있다. 자체 삶의 가능성이 70% 정도나 된다고 한다. 하나 그것만이 아니다. 백2~6까지 선수로 흑을 절단한 뒤 8, 10으로 패를 내는 수가 있다. 이 패는 질 경우 흑의 타격도 크다. 더구나 백은 A, B 등이 팻감이어서 오히려 백의 꽃놀이패나 마찬가지다. 101은 눈물겨운 후퇴. 102가 뻔히 보이지만 107로 중앙의 몇 점을 잡아 계가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두려는 간절한 희망이 배어 있다. 하지만 나현은 종반에 관한 한 초일류급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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