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실책으로 자멸한 LG

중앙일보

입력

김진웅(11승)과 김민기(2승)의 선발대결은 삼성쪽에 무게가 쏠리는게 사실이다. 두 투수의 성적이 증명하듯 말이다. 하지만 어제 0-10으로 뒤진 LG가 종반 6점을 따라붙으며 8회 임창용을 마운드로 끌어 올린건 오늘 경기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듯 보였다.

초반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장문석의 뒷문 단속능력을 활용해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 하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 정반대로 경기가 전개되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아나가며 공격적인 피칭을 보인 두 선발투수는 1회를 각각 3타자로 마무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젊은 투수들이 어깨에 땀이 맺히지 않은 초반을 잘 넘긴건 롱런의 신호탄이다.

하지만 LG의 2-3회 수비는 자멸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2회엔 무사 1루에서 김기태의 1루앞 내야안타 때 서용빈의 송구를 투수 김민기가 늦은 스타트로 잡지 못하며 2-3루 찬스를 헌납했고, 곧바로 김한수가 친 큼지막한 타구를 김재현이 잡지 못해 결국 3실점을 하고 말았다.

김진웅의 방어율이 4.44인 점과 LG의 화력을 감안할 때 추격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3회 선두 정경배의 타구를 이번엔 이병규가 잡지 못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어제에 이어 LG의 외야는 어설픈 수비를 연속했다. ‘딱’하는 타구음과 동시에 수비수의 모자 챙 위로 타구가 뜨면 외야수는 반사적으로 뒤로 이동한다. 하지만 김재현-이병규가 어제 오늘 보여준 수비는 체력과 집중력이 모두 떨어져 보였다.

늦은 스타트는 결국 타구를 포기하며 장타를 만들어주게 되고, 외야수비의 자신감 결여는 홈송구의 부정확으로 연결된다. 투수나 벤치의 불안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3회 0-6으로 초반 맹폭을 당하며 경기를 끌려간 LG는 작전 한 번 펴지 못한 채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삼성에서 이적한 용병 스미스의 적시타로 영패를 면했을 뿐이다.

최근 투-타-수-주에서 총체적 침체에 빠진 LG가 길고긴 페넌트레이스에서 선수단을 어떻게 추스리며 난국을 돌파할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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