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년 후 경제를 물었다 … 런던 청소부가 맞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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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SERI 전망 2012
권순우·신창목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520쪽, 1만8000원

2012 메가트렌드 인 코리아
한국트렌드연구소 지음
중요한현재
328쪽, 1만3800원

이코노미스트 2012
세계경제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편역
한국경제신문 한경BP
424쪽, 2만원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고 기사 편집자 앤 로. 그가 『이코노미스트 2012 세계경제대전망』에 장문의 부고 기사를 실었다. 고인은 마야인의 계산법을 잘못 해석해 세상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다. 물론 풍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과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약속을 한다. 세상은 망하지 않을 텐데 이게 어긋나면 책값을 고스란히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세상이 망한 뒤 책값을 어찌 돌려준다는 것일까. 해마다 이맘때 나오는 새해 경제·사회 전망 서적들. 돌아보면 틀린 게 많다. 하지만 트렌드를 파악하는 차원이라면 쓸만하다.

 『2012 메가트렌드 인 코리아』의 경고는 다소 무섭다. 빈부격차의 심화, 심상찮은 세대갈등, 정치·경제 지도자에 대한 극단적 불신, 높은 자살률…. 그는 한국의 온도가 끓는점 직전의 99도라고 진단한다.

 『정의란 무엇인가』같은 책으로 채워진 책꽂이는 저항의 표식으로 해석된다. 금쪽같은 시간을 성찰에 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분노가 강하기 때문이란다. 세계를 휩쓴 저항의 쓰나미가 한국에도 상륙할 것인가.

 이 책은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두 번의 선거에서 이런 분노와 갈등을 풀어주지 못하면 응축된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고, 폭력적인 해결책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회적 소요의 세계화, 신뢰경쟁, 칩시크 등 10가지 트렌드로 세상의 기류를 정리했다.

 경제 전망 또한 어둡다. 내년 세계 경제를 좌우할 문제는 주요 선진국의 재정위기 향방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SERI 전망 2012』에서 선진국 재정상황을 특집으로 다룬 이유다. 재정위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취했던 조치의 후폭풍이다. 나랏돈으로 부실 금융회사들을 살려냈더니 이번엔 거덜난 나라 곳간이 들통나 환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재정위기가 더 번지면서 한국과 세계에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고, 잘 되더라도 실물경제가 재정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데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찌 봐도 어두운 미래, 비전문가인 환경미화원에게 묻는 게 낫다는 기록이 있다. 1984년 이코노미스트는 전직 재무장관, 거대다국적기업 회장, 옥스퍼드대 학생, 런던시내 환경미화원 등을 그룹별로 4명씩 초대해 향후 10년 동안의 경제 전망을 질문했다. 10년 후 성적표가 나왔다. 환경미화원과 기업회장이 공동 1위였다. 이코노미스트가 다시 환경미화원 5명에게 물었다. 환경미화원 4명(80%)은 내년 세계경제가 2.5~5%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연인지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치도 3.3%로 별 차이가 없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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