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아이태니엄, 새 게임 법칙 준비중

중앙일보

입력

출시가 1년 이상 지연되면서, 인텔의 첫 IA-64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에 대한 기대도 가라앉고 말 것 같다. 인텔이 지난 주 아이태니엄 공개를 또 다시 뒤로 미뤘다. 이번에는 3분기에서 4분기로 연기한다고 한다. 새 칩의 탄생 과정은 늘 이런 식이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진다고 반드시 마음도 멀어지는 건 아니다. 다소 자사중심적 시각이 다분하긴 하지만 IT업계의 아이태니엄 준비에 대한 애버딘 그룹의 신뢰할 만한 논쟁이 인텔 웹사이트에 올려져있다. (''Aberdeen''을 검색한 후 5번 기사를 선택)

아이태니엄과 후속 마이크로프로세서인 맥킨리(McKinley), 매디슨(Madison), 디어필드( Deerfield)가 시장의 맹주로 부상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모두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다.

인텔은 현재 5,000대의 시스템에서 15,000개의 아이태니엄 프로토타입을 작업중이다. IBM, 델, 도시바, SAP,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이 칩에 대한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분야 39개 벤더, 툴 분야 19개 벤더, 워크스테이션 분야 39개 벤더, 운영체제 분야 10개 벤더들도 아이태니엄을 지원하게 된다. 게다가 이번 칩은 윈도우 2000 같은 32비트 운영체제를 작동시킬 예정이며 그 대가로 MS는 주요 애플리케이션 100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칩이 연기된 이유는 무엇인가? 인텔은 운영가능한 소프트웨어가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것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다음 분기에 칩이 파일럿 시스템에 적재될 때쯤이면 운영가능한 레거시 애플리케이션들을 포함해 많은 새 64비트 애플리케이션들이 준비돼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Week의 켄 포포비치 편집장이 이전에 보도한 바와 같이 제조 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는 새 칩에는 흔한 일이다.

IA-64 홍보 전략에 있어서 인텔은 물량 공세를 펴 사용자들이 효과적, 경제적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IA-64는 전통적인 데스크톱 관점으로 볼 때 물량공세가 먹혀들 것 같지 않다. 서버 시장은 데스크톱 시장에서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공급 가능 수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IA-64는 처음에는 초기 사용자들에게만 먹혀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시작 환경이 기존 인텔 펜티엄 칩과는 전혀 다른 셈이다. 이 칩은 인텔을 돈방석에 올려놓고 있는 펜티엄의 대대적인 보조를 받든지 아니면 아주 비싸게 판매되든지 해야 될 처지다.

한 하이엔드 인터넷 솔루션 제공자에 따르면, 아이태니엄은 기술적인 면으로 보면 성능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 한다. 그가 의아해 하는 점은 아이태니엄이 볼륨면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장장 7년이란 기간을 투자해 개발한 이상 인텔이 아이태니엄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새 칩은 여태껏 내놓은 여느 칩과는 다르다는 식의 주장은 식상하다.

인터넷 솔루션 제공자는 "제온은 뛰어난 칩이지만 인텔은 넉넉하게 생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제온에 대한 모든 수요를 맞추려 애써왔다고 하는데 특히 대용량 캐시를 갖춘 제온 칩에는 더욱 신경써왔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 디지털 이큅먼트사(Digital Equipment)는 64비트 알파 칩 대중화에 실패하며 수십 억의 손실을 입었다. 물론 이 기업에 비해 인텔이 한결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태니엄이 출시되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고 봐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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