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길라잡이] 금과 주식, 함께 투자하면 분산투자 효과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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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오인석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

지난해 여름, 사내 PB센터의 한 팀장이 금 투자에 대해 물었다. 당시 금값은 1200달러 선이었다. 얘기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관리 고객에게 금 투자를 권유했다. 만약 그 팀장의 고객이 금을 사서 여전히 들고 있다면 지금까지 40%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온스당 700달러 선까지 밀렸던 금값이 다시 오른 것은 무엇보다 ‘돈의 힘’ 때문이다. 선진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시장에 돈을 풀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했다. 전 세계에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돈값은 하락했고, 반대로 실물자산인 금을 포함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투기’적 원인도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금 투자에 가세했다. 투기로 인한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미국 선물거래소가 금 선물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올리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투자자산 다변화를 위해 금을 매입하는 것도 금값을 지지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들은 그간 달러화·유로화 또는 엔화 표시 국채에 주로 투자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더 이상 국채를 살 필요를 못 느낀다. 현재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6%, 10년 만기는 2%다. 재정적자 문제로 일본의 국채 가격도 하락할 것이다.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 이지만 대부분 자국 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남유럽 국가들과 같은 대외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노령화와 은퇴자의 증가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국채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금에 대한 실수요도 늘었다. 최근 인도의 금 수요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중국과 더불어 중장기 수요는 여전하다.

 지난 10년 동안 금 가격은 10~40%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다. 따라서 금에 투자할 땐 시간과 기간을 분산해 변동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금은 원유·산업금속·농산물 등에 비해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더 낮다. 주식과 함께 금에 투자한다면 최대의 분산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인석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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