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과잉 논란…국내업체 '엉뚱한'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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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과잉 논란으로 반도체업체 주가가 수난시대를 맞았다. 최근 메릴린치 등 미국 증권사들이 반도체업체들의 대대적인 설비투자 경쟁으로 반도체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으면서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주가는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를 ''여러 분야로 나눠져 있는 반도체 시장의 특성과 투자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메모리 분야를 D램과 플래시 메모리로 나누고 플래시 메모리는 디지털 가전용과 휴대폰용으로 다시 나눠 각각의 투자 실태를 분석할 때만 제대로 된 시장 전망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어떻게 나뉘나=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뉘며 메모리는 다시 D램과 플래시 메모리로 분류할 수 있다.

D램은 데이터를 기억하고 저장하는데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로 대용량 저장이 가능해 PC의 기억장치로 주로 쓰인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나가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이 나가도 데이터가 저장되고 소비전력이 적어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등 디지털 제품에 널리 쓰인다.

플래시 메모리는 또 저장능력이 뛰어난 디지털 가전용(LAND형) 플래시 메모리와 전송 능력이 뛰어난 휴대폰용(NOR형) 플래시 메모리로 나뉜다.

현재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와 회로설계가 비슷한 디지털 가전용 플래시 메모리만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투자 어디에 이뤄지나= 올해 전세계 반도체 투자액은 20조여원에 이를 전망이나 현재 대부분의 투자는 휴대폰용 플래시 메모리와 디지털 제품에 쓰이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휴대폰 시장의 폭발적인 시장으로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은 휴대폰용 플래시 메모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총 투자액이 6조3천억원에 이르는 인텔을 포함해 NEC, 히타치, 후지쓰, 도시바,미츠비시 등 일본업체들이 줄잡아 16조원 가량을 휴대폰용 플래시 메모리에 각각 투자할 계획이어서 이 분야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그러나 D램 분야는 휴대폰용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 비해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형편이다.
D램 분야의 강자인 현대전자,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의 신규투자 계획은 대부분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며 신규라인을 건설하는 업체는 삼성전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안에 신규라인 초기생산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풀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나 차세대 생산공정인 0.17㎛ 공정이 안정화되지 못해 생산량을 지금보다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

향후 전망=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D램 수요의 90%이상을 차지하는 PC 시장은 올해 14.8%, 내년 13.1%, 2002년 11.5% 성장할 전망이다.

더구나 PC의 고성능화로 지금까지는 1개의 PC에 64메가 D램 8개가 필요했으나 지금은 16개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D램은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을 빚고 있으며 데이터퀘스트는 올3.4분기 64메가 D램 부족률이 1.3%, 4.4분기 3.9%에 이르고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질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가전용 플래시 메모리도 디지털 가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비해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물량이 부족해 공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D램과 디지털 가전용 플래시 메모리 분야는 공급과잉의 아무런 징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의 공급과잉 논의에 휩싸여 국내업체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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