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애니 페스티벌' 행사 관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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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배제된 조촐한 개막식

제2회 부산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페스티벌(Fanta-Ani 2000)은 특별한 개막행사를 치르지 않았다. 21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가진 개막식 및 리셉션으로 준비된 행사에는 일반인들은 전혀 없었고, 국내 관련인사와 해외 초청인사와 몇몇 취재진 등의 40여명 정도 모인 조촐한 행사였다.

개막작은 개막식장과 멀리 떨어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그렇기 때문에 상영장을 찾은 시민들은 이 행사의 규모나 취지, 성격 등을 알리가 없다.
한 시민은 '극장에서 하지 않고 시민회관에서 하는 행사니 시(市)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행사가 아니겠나'라고 대답했다. 물론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이란 거창한 이름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한 눈치다.

부산 시민의 행사 외면

이 행사는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최초로 일본 작품도 소개되고 각국의 괜찮은 애니메이션이 상영됨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벌써 2회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내에는 어디에도 이 행사에 관한 포스터를 볼 수가 없었다.
상영장인 부산시민회관 앞의 플랭카드와 몇몇 포스터가 전부다.

처음 부산시민을 위한 지역행사로의 성격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부산에서 만난 어느 택시기사도 이곳에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없다.
부산 시민을 배제시켜 놓고 진행될 수 없는 행사이니 만큼 체계적인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도 먼 애니메이션 관람 문화

역시 부모님들은 애니메이션이 아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포켓몬〉이나 〈티거무비〉가 있었지만, 이 작품을 제외한 비교적 지루한 단편애니메이션에도 관객의 절반 정도가 어린이였다.

특히 '15세이상'이라고 규정된 〈블랙잭〉, 〈블러드 라스트 뱀파이어〉에 부모들이 손을 끌고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을 보면 더욱더 상황은 심각해진다.

우는 아이들, 소리치는 아이들, 작품 중간에 문을 열고 버젓이 들어오는 관객들. 이들 때문에 작품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이들을 행사진행요원들은 막지 않았는데, 입장객들이 이런 규칙에 익숙치않아 심하게 항의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사 진행 미숙

물론 어디가도 이런 문제점은 드러난다. 그러나 많지 않은 작품에 상영장도 한 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냥 지나갈수 없다.

특히 중국 상하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관계자들의 통역을 맡았던 사람은 거의 한국말이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일본애니메이션 관객과의 대화에서 통역을 맡은 사람은 애니메이션을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 중간중간을 덤성덤성 넘어가는 부분 때문에 매니아들의 원성을 샀다.

행사자체가 위엄을 갖고 있지 않으니 관객들도 규칙을 지키지 않는 점이 눈에 띄었다. 벌써 두번째의 행사이다. 행사가 발전해야 더 좋은 작품을 상영할 가능성도 많아 지는게 아닐까.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숙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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