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달러 스와프’ 공조 … 돈가뭄 유럽 은행들에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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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유럽 등 세계 6대 중앙은행들이 공조했다. 긴급 진통제를 주입하기로 했다. 금융판 용어로 ‘달러 스와프’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럽·영국·일본·스위스·캐나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들고 오면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달러와 바꿔준다. 그 중앙은행들 사이엔 기본 계약이 체결돼 있었다. 이번엔 금리를 절반(1%→0.5%) 깎아주고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유럽 은행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유럽 은행들은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고객들이 예금을 빼내는 인출사태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대기업·큰손 투자자들이 유럽 은행들을 믿지 못해 머니마켓펀드(MMF)를 환매하고 있다”며 “그 바람에 유럽 은행들의 달러 자금이 대량 빠져나가고 있다”고 1일 전했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의 초단기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럽 은행들에 단기 자금을 공급했다. 결과적이긴 하지만 이번 조치에 따라 미 FRB가 제공한 달러는 여기저기를 거쳐 끝내 미국으로 환류하게 돼 있는 셈이다.

 달러 스와프는 위기의 늪에 빨려 들고 있는 이탈리아를 구제하고 그리스의 국가부도를 막을 수 있을까.

 스와프 거래는 위기를 해결하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석 달 안팎의 단기 급전으로 달러자금 경색이란 통증을 완화해 줄 뿐이다. 스와프가 유럽 시중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한 그리스 국채나 나날이 값이 떨어지는 이탈리아 국채를 없애주진 못한다. 또 그리스·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의 재정적자를 줄이거나 해결해 줄 수도 없다. 통증(달러 자금난)의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단, 유럽 시중은행들이 자금난에 몰려 이탈리아·스페인뿐 아니라 프랑스 국채를 덤핑하고 있는데 이를 좀 완화해 줄 수는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2007년 12월 6대 중앙은행들은 달러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그들은 이듬해인 2008년 말까지 5830억 달러(약 664조6000억원)를 스와프했다. 그럼에도 그사이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고 세계는 금융위기 늪에 빨려 들어갔다. 당시 유럽 시중은행들이 파산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달러 스와프가 아니라 각국 재무부의 구제금융 덕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달러 스와프 확대는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미국 보스턴대 코닐리어스 헐리(경제학) 교수의 말을 빌려 “이달 9일 유럽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위기 대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자 미리 예방주사를 놓은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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