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본드런’ 이번 주가 전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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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이 이번 주 채권시장의 시험대에 오른다. 이들 나라가 국채를 줄줄이 발행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이 아니지만 영국까지 합하면 그 물량이 무려 278억 유로(약 44조원)에 이른다.

 유로존 중심인 독일은 지난주 원하는 만큼 국채를 팔지 못했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어서다. ‘헤지펀드 귀재’인 조지 소로스(81) 소로스펀드 회장은 “본드런(Bond Run·채권시장 탈출)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나라는 이탈리아다. 마리오 몬티(68) 총리 겸 재무장관은 월요일인 28일 국채 7억500만 유로어치를 입찰에 부친다. 이는 오픈 게임이다. 본고사는 하루 뒤인 29일에 치러진다. 80억 유로어치를 입찰에 부친다.

 이탈리아는 지난주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25일 6개월물 입찰에서 금리가 연 6.5%로 결정됐다. 두 주 전의 연 3.5%보다 3%포인트 높다. 일반 채권시장에선 더 심각했다. 국채시장의 기준인 10년물은 ‘마의 7%’를 다시 넘어섰다. 3년물은 연 8.13%에 이르렀다. 이자부담 한계점이 코앞인 셈이다. 그 너머엔 파국(구제금융)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다음달 1일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각각 35억과 45억 유로어치를 입찰에 부친다. 최근 스페인은 두 차례나 원하는 만큼 채권을 발행하지 못했다. 또 프랑스는 신용등급(현재 AAA)이 강등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런 불안 요인이 고스란히 채권입찰에 반영돼 금리로 나타날 전망이다.

 영국은 2일 81억 유로 정도를 조달할 계획이다. 영국이 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은행들이 그나마 믿을 만한 영국 국채를 사기 위해 이탈리아·스페인 국채에 관심을 줄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유로존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전환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이 파열음을 내며 위기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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