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지 국가 기간망 정전에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13일 대덕연구단지에서 발생한 국가 기간망 마비 사태는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기관(출연연)과 한국전력이 정전사고에 얼마나 허술하게 대비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4일 연구단지 각 출연연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13일 오후 8시 40분께부터 시작된 연구단지 정전사고는 연구개발정보센터를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소 등 연구기관의 시스템을 5시간여 동안이나 마비시켰으며 유성구 어은동 일대 주민들에도 큰 불편을 끼쳤다.

특히 이날 사고가 날 당시 연구개발정보센터의 슈퍼컴퓨터에는 전체 202곳의 사용자 가운데 대우자동차 등 전국에서 20여 사용자가 접속, 90%의 시스템 가동률을 보이고 있었으나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사용자들이 연구업무를 중단하는 등 큰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이번 정전사고의 원인 및 전력공급이 늦어진 데 대해서는 연구개발정보 센터와 한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연구개발정보센터 내 감지장치와 차단장치 고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전사고를 자체 확인한 뒤 사고 37분만에 전력공급을 재개했으나 연구개발정보센터에서 구내설비 문제를 자체 해결하지 못해 전력공급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개발정보센터 관계자는 "여러 기관이 동시에 정전된 점으로 미뤄 사고발생 장소를 우리 기관으로 단정짓기 힘들다"며 "정전사고가 발생한 뒤 곧바로 한국전력에 신고했으나 응급 복구반의 출동이 늦은 데다 비상전력이 20분동안만 작동돼 슈퍼컴퓨터의 마비를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감안해 다른 곳보다 전력복구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한전측에 요구했지만 오히려 제일 늦게 전력이 복구됐다"며 한전측의 허술한 응급대책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로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국가 기간망의 핵심인 슈퍼컴퓨터를 운용하고 있는 연구개발정보센터 등 각 연구기관은 이번 정전사고를 계기로 정전에 따른 대비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한국전력도 정전사고를 신고한 지 50여분만인 오후 9시 30분에야 사고 현장에 출동하고 다른 곳에 비해 복구가 급한 연구개발정보센터의 전력공급을 뒤늦게 재개하는 등 사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은 물론 국가 주요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연구기관들의 정전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전=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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