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씨 3부자의 여름나기]

중앙일보

입력

현대 정주영 전명예회장 3부자는 올 여름휴가가 도무지 즐겁지 않을 것 같다.

동반퇴진 선언 이후 경영권 갈등이 오히려 증폭된데다 현대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 무산으로 MK(정몽구 현대차 회장)-MH(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의장)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특히 여름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양진영간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느낌이다.

한 현대 관계자는 "바늘방석에 앉은 느낌으로 여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런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3부자의 휴가일정은 3색(色)이다. 우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은 여느해와 다름없이 휴가를 겸해 현대건설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에 참석한다. 수련회는 다음달 7일부터 3박4일간 금강산 온정리와 해금강 주변 말머리 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정 전명예회장은 금강산려관에서 숙박을 하며 개인적 휴식을 취하면서 수련회 일정에도 일부 참여한다.

특히 수년전까지 자신이 직접 신입사원들과 힘과 기개를 겨뤘던 씨름대회를 참관할 예정이라고 현대측은 밝혔다. 지난해 까지만해도 수련회에 참석해왔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은 현대건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점 등을 감안, 올해는 참석계획이 없다고 현대관계자는 설명했다.

정 의장은 아직까지 휴가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주로 대북사업과 관련해 해외출장이 잦아 휴가일정을 잡기 힘들다"며 "다만 시간이 나면 가족과 조용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부쩍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6일간의 공장정비 기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열분리 무산으로 '홀로서기' 시나리오를 다시 짜야할 입장인데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발표 이후 늘어난 '일감' 탓에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꾸준히 내연하고 있는 형제간 갈등양상도 심적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자동차산업의 생존전략을 가다듬느라 여념이 없어 그 어느해보다도 '뜨거운 여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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