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 간 헐리웃 스타들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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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화려한 듯 보이는 헐리우드 톱스타들. 미국에서는 'Celebrity'라고 불리는 이들도 일단 한 번 뜬 뒤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런데 최근 몇몇 스타들은 계속되는 흥행의 참패로 잔뜩 움츠린 채 기약없이 재기의 날만 노리며 속을 새카맣게 태우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케빈 코스트너.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피아와 대결을 펼치는 수사관들의 영화〈언터처블〉, 남성적 섹시함을 강조한〈노웨이 아웃(No Way Out)〉, 지적인 면이 넘쳐나는〈JFK〉, 그리고 가장 미국적인 영화〈늑대와 춤을〉까지 코스트너는 내놓는 영화마다 히트를 보장하는 흥행배우였다.

그러나, 94년의 〈와이어트 어프〉부터 시작된 불황은 96년의 〈틴 컵〉, 지난해의 〈병속에 담긴 메시지(Message In a Bottle)〉까지 이어지더니 올들어 최근 개봉된 야구영화 〈사랑을 위하여(For Love of The Game)〉도 박스 오피스에서 저조한 기록을 올리고 있다.

야구를 무지 좋아하는 코스트너는 지난 88년부터 〈Bull Durham〉으로 야구영화를 시작하더니 89년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으로 연속 히트,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영화흥행에 잘 써먹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몇 년간의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던 코스트너는 다시 비장의 무기 '야구'를 카드로 내세웠으나 결국 흥행에 참패, 앞으로 갈길이 막막한 신세다.

최근 몇 년간 이렇다할 히트작 없이 가슴만 태우는 배우들은 코스트너뿐만 아니다.

얼마전 브루스 윌리스와 이혼한 데미 무어. 한때는 출연료로 1천2백만달러를 받아내던 무어는 지난 97년 〈GI 제인〉 이후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찍은 〈패션 오브 마인드(Passion of Mind)〉는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만 개봉됐을 뿐 미국에서도 극소수 극장에서만 개봉됐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

3년전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로빈 윌리암스도 계속되는 부진으로 고생하고 있는 케이스. 그동안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터치로 관중들에게 호소하던 스타일을 다소 바꿔야할 때가 된 듯하다.

산드라 블록은 속편에 잘못 출연했다가 대가를 호되게 치르고 있는 중. 블록은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공연, 상당한 흥행을 기록했던 스피드의 맛을 잊지 못해 2편에 나섰다가 완전히 실패했다. 이후에도 〈포스 오브 네이처(Forces of Nature)〉, 〈28일동안(28 Days)〉도 연패를 거듭하면서 좋은 날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날의 대표적인 액션스타들도 힘든 세월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액션계의 두 거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실버스터 스탤론은 이제 전혀 왕년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슈왈츠제네거의 액션은 보다 많은 '지성'을 요구하는 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록키〉에서 〈람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미국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던 스탤론은 98년작 애니매이션 〈개미(Antz)〉에 목소리를 빌려준 것 이외에 97년 이후 거의 스크린에서 사라지다시피했다.

스탤론이 출연한 가장 최근작 영화인〈D-Tox〉는 지난해 완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봉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던 스타들중 최근들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우들은 상당수 더 있다. 91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비롯, 〈세인트〉의 발 킬머, 〈나인 하프 위크〉, 〈LA Confidential〉의 킴 베신저, '캣 우먼' 미셸 파이퍼 등도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으며 거의 10년 이상 제대로 된 영화를 선보이지 못한 워렌 비티도 조만간 '아네트 베닝의 남편'으로 더 유명해질 날이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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