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토요일 쉬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이달부터 토요일 휴무를 한다. 정몽구(73·일러스트)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초 사장단 회의에서 “(현대차그룹) 임원들도 토요일 리프레시(refresh) 차원에서 쉬어야 한다. 잘 쉬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토요일 임원들이 출근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정 회장은 이어 “앞으로 나도 토요일 출근을 줄이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토요일 휴무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하는 임원들을 안심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차 임원들은 지난주부터 본부별로 3주일에 한 번 정도 나오는 식으로 근무 명단을 짜 연휴를 즐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A임원은 “당번 형태로 본부마다 임원 한 명만 토요일 나오고 다른 임원들은 쉬는 형태로 연휴를 하고 있다”며 토요 휴무를 반겼다. 하지만 B임원은 “아직까지 회장님이 토요일 매번 출근하는데 계속 주말 연휴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토요일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오전 9시쯤 나왔다가 들어가는 임원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고 전했다.

‘토요경영’을 보도한 본지 2월 9일자 2면.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평상시 토요일에도 팀장급 이상의 경우 오전 7시까지 출근하는 게 관례였다. 특히 임원이 되면 공휴일과 일요일 외에는 모두 정상 출근이다. 그래서 이들의 일주일 달력은 ‘월화수목금금일’로 통했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 임원들은 골프 약속 등 토요일 일정을 오후 1시로 잡았다. 정 회장이 토요일 오전 불시에 해당 본부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동안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는 현대차 한성권 인사실장(전무)이 토요일 아침 7시쯤부터 출근하지 않은 임원을 파악해 대면경고를 주는 방식으로 임원 출근을 독려해 왔다.

 하지만 외국기업 등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의 경우 토요일 근무에 반발해 처음에는 토요일 출근을 하지 않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 같은 토요일 임원급 간부의 정상 출근은 현대차그룹뿐이다. 현대카드·캐피탈 같은 관련 회사 소속 임원들은 주 5일 근무 원칙에 따라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토요일 근무는 정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남보다 더 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영 신념에서 비롯됐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의 토요일 출근은 정주영 선대 회장의 영향”이라며 “이런 이유로 정 회장은 토요일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주영 회장의 근무수칙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토요일에 현장도 자주 방문해 왔다. 2009년 7, 8월엔 아홉 번 연속 토요일에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찾았다. 정 회장의 현장 방문은 직원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긴장감도 불어넣자는 의도다. 정 회장은 공사기간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문제점이 발견되자 현장에서 건설소장(부사장)을 경질하기도 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