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조' 금융파업 앞두고 홍보전 치열

중앙일보

입력

금융산업노조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각 은행들은 저마다 우리는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노조는 노조대로 총파업 열기가 뜨겁다고 선전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자칫 가만히 있다가는 자기 은행만 파업하는 것으로 비쳐져 은행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고 노조는 조합원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지난주에 잇따라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선언한 데 이어10일부터는 노조원들이 파업 불참을 결의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노조는 각 은행 노조위원장들을 총 동원, 파업에 동참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정상영업 선언 = 각 은행들은 파업이 시작되더라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다는 성명을 지난주에 일제히 발표했다.

주택은행이 7일 이같은 입장을 밝히자 국민은행이 몇시간이 안돼 같은 내용을 발표했고 다음날인 8일 조흥, 한빛, 외환 , 산업, 서울은행 등이 모두 똑같은 선언을 했다.

개중에는 주택은행처럼 비상인력을 거의 확보한 곳도 있으나 상당수는 단지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차장급 이상 직원들을 지점에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만으로 생색을 내려는 은행도 있었다.

▶노조원 파업 불참 선언 =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는 선언만으로는 차별화가 안되자 다시 대형우량은행인 주택은행은 9일 노조원들이 파업불참을 결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주택은행은 특히 각 지점에 노조원들이 파업불참을 알리는 게시문까지 붙였다고 밝혔다. 주택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이 있자 국민은행도 9일 파업불참 결의를 했다는 보도 자료를 냈고 이어 10일에는 조흥은행과 한빛은행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노조의 반박 = 노조원들이 파업 불참 결의대회를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조흥은행과 한빛은행 노조원들은 그같은 결의대회를 한 적이 없다는 항의를 많이 했다. 주택은행 노조위원장도 지점에 게시문을 붙인 것은 회사측의 강요에 의한 것이지 노조원들의 자발적인 뜻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한은행과 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금융산업노조의 정례 브리핑에 나와 우리 은행 노조가 파업에 불참한다는 것은 은행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우리는 예정대로 총파업을 한다고 말했다.

금융노련 관계자도 "은행들이 일제히 정상영업을 선언한 것은 금감위의 지시에따른 것"이라면서 "최소 4만명이 파업에 참가하는 데 어떻게 정상영업이 이루어질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노조가 언론보도에 대해 조직적으로 항의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파업열기는 높지 않다는 것이 대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세를 높이기 위해 자기측에 유리한 내용만 홍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막상 파업이 시작되면 파업 참여 범위에 따라 누가 거짓말을 많이 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