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한 빅리그

중앙일보

입력

2000 시즌 메이저리그의 팀 순위를 살펴보다 보면 대부분의 지구순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건 바로 작년 내지 3년 이상 동안 지구 우승을 차지해 오던 팀들이 1위에서 보이지 않고, 생각지도 않은 팀들이 상위권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3년 연속 지구 우승의 내셔날리그의 휴스턴이 4할의 승률도 올리지 못한 체 지구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5년 연속 우승의 메이저리그 최강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저 1위 화이트 삭스에 10게임이나 뒤진 채 5할이 갓 넘는 성적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팀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모두 충격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독주하던 팀들이 무너지기까지는 상위팀들에게 밀려 음지를 지키던 팀들이 장족의 발전을 보이면서, 상위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아메리칸 서부지구에서부터 시작되어진 하위팀들의 반란은 결국, 3년 연속 지구우승의 텍사스 레인저스를 끌어내렸고, 시즌이 반밖에 진행이 되진 않았으나 1위 시애틀 매리너스는 텍사스와의 경기 차를 9경기로 늘리며, "텍사스가 우승한다는 이변은 없다." 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함께 2000 시즌 메이저리그 돌풍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아메리칸 중부지구도 마찬가지로 시카고 화이트 삭스는 유망주들의 실력의 만개와, 완벽한 팀의 투, 타의 조화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팀으로 2위 클리블랜드를 일찍 감치 10게임차로 따돌리며, 이제는 시즌에 신경 써 지나친 출혈을 만들기 보다는 포스트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의외로 꼽히는 최근 4년 중에서 3년이나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한 뉴욕 양키스와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버티는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선두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크지 않은 경기차로 뒤져 있긴, 하지만 최소한 올해까지는 이들의 독주라는 예상은 역시 빗나갔다.

내셔날리그의 상황도 아메리칸리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부지구에서는 초반에 치고 나가던 아리조나와 다저스가 주춤하던 사이 홈에서 무려 7할5푼의 승률을 올리며 공동선두까지 왔다갔다하는 콜로라도는 이미 안정되어진 팀 전력으로 확실히 승수를 챙기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팀의 구단주도 나서서 팀의 승리를 위해 페이롤을 지출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서, 쉽사리 콜로라도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그리고 한때 꼴지로 까지 전락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어느새 다저스를 4위로 끌어내리며 선두와의 게임차를 4.5게임으로 줄여 눈 깜짝 할 사이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의 혼전이 거듭되고 있다.

중부지구에서는 일치감치 휴스턴이 최하위로 몰락하는 바람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신시네티 레즈를 10게임차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선두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지만, 역시 카디널스도 시즌 초만 하더라도 다크호스의 팀이었지, 독주할만한 팀으로 분류되지 않았었다.

동부지구에서는 아틀란타 브레이브스가 5월에 자신들의 팀 연승의 기록마저 깨며 15연승을 질주하며 자신들은 영원한 강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도 거세게 부는 돌풍을 피해나가지 못했다.

결국은 계속적인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채 2위 뉴욕 메츠에게 2게임차까지 몰리며 예년과 같은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예년과 같은 절대적인 독주가 사라진 메이저리그의 땅에서는 강팀들도 이제는 아무리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을 만나더라도 손쉽게 승리를 추가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게 됨으로써, 올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가을의 잔치로 초대받는 팀들의 윤곽은 시즌이 끝날 무렵에야 판가름 날듯해, 메이저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매 경기마다 조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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