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체들, 지금은 긴축경영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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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긴축경영을 통해 기나긴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이금룡)에서 열린 ''CFO(재무담당이사) 간담회''에서 벤처캐피털업체와 인터넷업체 관계자들은 상충되는 양측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먼저 벤처투자업체인 KTB네트워크의 변준석 부장은 "소규모 창투사들은 이미 돈이 말랐으며 대규모 업체들도 지금은 투자적기가 아니라고 보고 쉬고 있는 만큼 인터넷 업체들은 긴축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오래 버티는 업체만 생존할 수 있다"고 전제, "인터넷업체들도 임대료가 비싼 테헤란 밸리에 사무실을 얻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더욱 어려운 시절을 위해 비용을 최대한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시픽벤처스의 최흥순 경영지원팀장은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는 세계시장에 이미 나와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받으려고 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금의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가장 절실하게 갖춰야 할 것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역설했다. 벤처캐피털업체가 이처럼 "아직은 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데 대해 인터넷업체들은 "지금 돈이 없으면 국내 인터넷 산업은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시들고 만다"며 애타는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넷솔루션 개발업체인 네오캐스트의 김병태 사장은 "창투사들은 투자원금 회수기간을 5년이상 장기적으로 봐야 하며 특히 인터넷업체들에게 무조건 버티기를 요구하지 말고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원시스템의 곽영관 부사장은 "10개사에 투자해서 8-9개사에서 수익을 거두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1-2개사에서만 수익을 내더라도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투자사들이 너무 성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기관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다 보니 엔젤이나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며 "이같은 분위기가 오래되면 코스닥시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스24의 이상우 이사는 "국내 투자업체들이 투자를 기피할 경우 대안으로 인터넷기업협회나 정부차원에서 외국의 투자업체를 끌어오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KTBi의 송낙경 사장은 "인터넷 업체들은 설립부터 1차 외부자금 조달시기까지가 죽음의 계곡에 해당된다" 며 "최근 이 계곡이 더욱 길어지고 있는 만큼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벤처캐피털업체 3개사와 인터넷기업협회 산하 12개사의 사장이나 CFO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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