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빅리그의 맹목적인 공격력 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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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맞이하는 메이저리그를 돌이켜본다면 최근 계속되고 있는 타고투저의 문제는 신생팀의 탄생으로 인한 질낮은 투수들의 영입으로 볼수있으며 반면에 타력의 강화는 1900년대초의 탄력있는 볼의 사용으로 인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전체적으로 흔히들 메이저리그급이라고 말하는 수비가 몇몇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되어가는것은 위 두가지만큼은 아니겠지만 한번쯤 논의 되어야할 만한 문제일 것이다.

여기에 두명의 선수가 있다.

수비의 달인 오마 비즈쿠엘, 그라운드의 아티스트 레이 오도네즈. 그러나 이 둘의 평가는 그들의 이름에 붙는 수식어와는 달리 엇갈리고 있다.

비즈쿠엘에게 혹평을 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오도네즈에 대한 평가는 찬사와 혹평이 공존하고 있다.

모두 환상적인 수비를 보이는 선수들이지만 비즈쿠엘은 완벽한 2번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오도네즈는 타격이 좋은 투수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최고의 유격수라는 범주에 그를 집어넣는 것조차 꺼리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둘을 나누는 기준 그것은 그들의 수비가 아닌 공격력이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안다는 이들은 수비를 강화하는 것이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전문가들 역시 그러하고 일선의 감독들 역시 수비가 최우선이라는 말을한다.

선수기용에 있어서도 수비력이 공격력보다 앞선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 로스터를 본다면 그것은 단지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몇몇 특이한 스타일의 감독(로열즈의 뮤저,트윈스의 켈리)을 제외하곤 강한 타격을 선호하고 있어 선수들 대부분은 타격을 잘하면 주전이 될 수 있지만 수비만 잘해선 백업 선수밖엔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오도네즈의 경우처럼 수비를 쇼로 변화시킨 인물은 특이한 예외가 될수 있겠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공격력이 조금만 강했다면.."이란 가정이 뒤따른다.

현재 뉴욕양키스의 2루수인 척 노블락은 상당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최근 계속되는 송구 에러로 그는 심리학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에 대한 평가는 급락했다. 트레이드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고 팀은 그를 대신해 다저스로 부터 백업 내야수인 호세 비즈카이노를 데려왔다.

노블락의 문제 역시 표면적으로 에러가 많아졌다는 것이지만 트레이드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는 것은 그의 타격이 지금까지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그의 공격력이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면 수비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의 입지는 최근의 모습처럼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버 슬러거와 골드 글러브 이 두가지를 한꺼번에 받을 능력이 있는 선수라면 어느팀이건 그 선수를 영입하려 상당한 애를 쓸 것이다. 공격력이 우수한 선수라면 역시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수비만 잘하는 선수를 영입한다면 해당 지역 팬들조차 그 선수의 영입에 반대를 안 하더라도 큰 기대감이나 환호는 없을것이다.

이렇듯 현실에서조차 수비만 잘해선 결코 주전자리를 오래 지켜나갈 수 없고 설혹 지킬수 있다 하더라도 그에대한 평가는 매우 좋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야구 전문가들이나 현역감독들은 항상 수비강화가 팀을 강하게 만드는 첫번째 할 일임을 강조한다. 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즉 포스트 시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비강화가 첫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감독들은 공력력을 우선순위로 로스터를 정하고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야수 유망주들은 웬만큼 잘 때려내지 못하고는 메이저에 올라올수 없다.

이런 문제들은 팬들이 그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강한 수비력보다는 강한 타력을 선호하기 마련이며 지역팀이 강한 타격을 가진 선수를 영입했을때 관중수는 급격히 증가함을 구단들이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수비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손에 글러브만 쥐고있는 선수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들의 어이없는 수비에 실소를 금하기도 하지만 강한 타격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들은 메이저에 남아있다.

메이저리그는 가진 기량을 발휘하는 곳이지 배워나가는 것이 아님을 요즈음의 구단들은 돈에 눈이멀어 잠시 잊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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