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빅3’ 삼성·LG 앞에선 ‘스몰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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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뜨고, 일본은 지고….

 TV 업계의 글로벌 지각 변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한국 브랜드는 선전하고, ‘가전 왕국’ 일본의 소니·파나소닉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6년째 업계 1위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2006년 당시 업계 1위였던 소니를 제친 뒤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2%대다. 2위인 LG전자의 성장세도 무섭다. 2009년 소니를 따돌린 뒤 삼성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두 업체는 TV 시장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NPD에 따르면 올 3분기 미국 평판TV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삼성전자 37%, LG전자 13%, 파나소닉 9%, 소니 9%, 도시바 7% 순이다. 한국 메이커의 분기별 점유율이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미국·유럽 소비자 평가에선 수년째 한국 브랜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한국 제품은 이미 글로벌 톱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는 스마트TV·3D TV 같은 최근 시장 트렌드도 주도하고 있다. 필요하면 합종연횡도 마다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간) LG전자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구글과 손잡고 개발한 ‘구글TV’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 TV 브랜드는 고전하고 있다. 소니의 TV 사업 부문은 8년째 적자다. 누적적자 규모만 6조6000억원. 올해 예상적자도 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1조원)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9개였던 글로벌 거점은 4개로 통폐합했고, 생산은 대만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50%를 넘겼다. 파나소닉은 올 4~9월에만 1조9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에선 내년 3월까지 5조9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자가 계속되자 최근 파나소닉은 평판TV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 1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선 일본·유럽 브랜드가 맥을 못 추는 것은 한국 가전업체의 부품 기술력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업체가 디스플레이·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부품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갖고 있어 한동안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화 강세에 따라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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