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시스템의 3단계 … 인치 다음 법치, 최고는 문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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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 중국 기업이 유럽으로 냉동새우 1000t을 수출했다. 하지만 이 새우는 통관 과정에서 전량 폐기됐다. 해당 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0.2g의 항생제가 새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새우를 손질하던 직원의 손에 묻어 있던 미량의 항생제가 원인이었다. 결국 0.2g이 50억 배에 달하는 1000t 물량의 수출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경영서인 『디테일의 힘(원제·細節決定成敗)』의 저자인 왕중추(사진) 디테일컨설팅연구소 대표는 그 원인을 디테일에서 찾는다. 경영 시스템상 나타나는 세심함의 결여로 인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평직원에서 시작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등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그는 해외 1회 강의료로 1만 달러를 받는 ‘스타 강사’다. 그래서 이번 테크플러스에서도 그의 강연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이런 디테일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기업 경영 시스템의 단계를 세 개로 나눴다. 첫 번째 단계는 능력 있는 CEO가 이끄는 인치(人治)의 단계다. CEO만 뛰어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법률 또는 제도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법치(法治)의 단계다. 개인에 기대지 않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 가장 높은 단계는 문화를 통해 경영하는 문치(文治)의 단계다.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일치된 사상에 따라 경영하면 기업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2100여 년 전인 한나라 문제 때는 3.3%의 세금만 거둬들여 많은 백성이 경제적으로 윤택했다”며 “면적은 러시아에 육박하고, 인구는 미국과 비슷한 큰 나라였음에도 법을 어기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왕 대표는 “미국·유럽 기준의 관점은 사람을 이기적이고 게으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같은 현대사회에서도 중국 고유의 인문사상에 바탕을 둔 문치경영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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