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불안해도 국내 IPO 시장은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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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로존 재정위기가 이탈리아까지 번지며 세계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엔 훈풍이 분다. 이달에 공모에 나서는 기업만 10개다. 움츠러들었던 IPO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외 악재는 여전하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가 1900선을 회복하는 등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분석에 따른 움직임이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IPO 시장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초 진행된 반도체 관련 부품 생산기업 테크윙과 아이테스트의 공모주 청약에는 각각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돈이 몰려들며 테크윙은 800대1, 아이테스트는 446대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류(韓流) 열풍을 이끈 주역의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도 14~15일 청약에 나서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이미 증시에 입성한 SM과 JYP와 함께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주가 경쟁을 펼치게 된 것이다. 방송장비 제조업체인 티브이로직(22~23일)과 LED 제품인 잉곳을 만드는 사파이어테크놀로지(23~24일) 등의 청약도 뒤따라 진행된다.

 다음 달에는 하반기 공모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GS리테일의 공모가 예정돼 있다. 올 상반기 매출규모(1조8561억원)만 따져도 이마트에 버금가는 만큼 투자자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GS리테일은 다음 달까지는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규정상 상장예비심사를 통과(6월 23일)한 뒤 6개월 안에 상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모주 청약이 본격화하면서 장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IPO에 나선 기업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공모가(3만4000원)의 배가 넘는 7만9500원까지 올랐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도 장외시장에서 희망공모가(5만5000~6만5000원)보다 40~60% 비싼 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IPO 시장에 몰린 돈을 잡으려는 증권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공동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은 공모주 펀드와 최소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앞세워 청약 환불금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상품지원파트장인 윤덕용 상무는 “인기 있는 공모 청약의 경우 투자자가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물량이 제한적”이라며 “공모주 투자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대체할 수 있는 공모주 펀드나 ELS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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