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은 사람 왜 여자여야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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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하철 노약자석에 그려져 있는 ‘공공 그림표지’(픽토그램)에서 치마가 사라지게 된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9일 양성평등, 장애인 배려, 다문화 사회를 고려한 공공안내·수상안전 등에 관한 픽토그램 35종을 국가표준(KS)으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표준원은 우선 남녀의 성 역할을 고정관념화할 가능성이 큰 픽토그램을 수정했다. 예컨대 지하철·버스의 노약자석 등에 부착돼 있는 어린이 동반자 픽토그램은 여성을 의미하는 치마를 입은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는 육아가 여성만의 몫이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 도입한 픽토그램에는 사람의 성별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표준원은 또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보조견·보행이 불편한 사람 등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을 새로 제정, 공공시설에 활용토록 했다.

 표준원 허경 원장은 “최근 사회환경 변화를 감안하고, 새로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해 12종의 픽토그램을 추가했다”며 “민족·종교·습관이 다른 이주 외국인들이 한글을 몰라도 그림만 보고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표준원은 이와 함께 수상안전 표지 15종도 국가표준으로 선정했다. 최근 국민의 수상레저활동이 확산되면서 이에 따른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표준원은 이 가운데 우리가 독자적으로 도안한 픽토그램 9종에 대해 국제표준(ISO)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표준원은 지금까지 337종의 픽토그램을 ‘KS 공공안내 그림표지’에 담아 보급했다. 9일부터 발효되는 이 표준 픽토그램은 강제성이 없다. 공공 장소의 기존 픽토그램이 한꺼번에 교체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 픽토그램을 새로 도입하는 공공 기관은 이 표준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손해용 기자

◆픽토그램(Pictogram)=‘그림(Picture)’과 ‘전보(Telegram)’의 합성어다. 사물·시설 등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상징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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