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화양극장, 25층 호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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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64년 처음 문을 연 추억의 영화관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옛 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의 2007년 말 모습. 옛 화양극장은 내년 초부터 철거에 들어가며 2014년까지 25층 관광호텔(오른쪽 조감도)이 들어선다. [중앙포토]

서울에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상영 스크린이 1개인 극장)인 서대문 아트홀(옛 화양극장) 자리에 25층짜리 관광호텔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제36차 건축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마포로 4구역 9-2지구 관광숙박시설 신축 공사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관광호텔은 서대문구 미근동 997㎡ 부지에 객실 345개, 지하 4층, 지상 25층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14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면 서대문 로터리 주변의 모습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구본상 서울시 관광과장은 “중저가 비즈니스 관광호텔로 운영될 예정이며 도심의 숙박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64년 임권택 감독의 ‘단장록’을 상영하며 문을 열었던 화양극장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80년대 ‘영웅본색’ 등 홍콩 영화를 상영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90년대 복합상영관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98년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꾸고 시사회 전용관으로 변신했다. 2007년 폐관을 결정하고 고별 상영 행사를 열었지만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시민이 몰려들었다. 마침 재개발 계획이 지연되면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는 복고 영화관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서대문 아트홀’로 이름을 바꾸고 영화 상영이나 기업체 행사가 있을 때 장소를 빌려주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때부터 이곳을 빌려 5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월~금요일(토요일은 1회) 하루에 두 번 영화를 상영(입장료 2000원)하고 각종 강좌를 열고 있다. 서울시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다음 달 31일까지는 옛 영화를 계속 상영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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