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면…

중앙일보

입력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끔찍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갑각처럼 딱딱한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는데, 머리를 약간 쳐드니 딱딱한 껍데기에 활처럼 줄이 간 갈색의 둥근 배가 보였다.

불룩하게 솟은 배의 한가운데에 덮여 있는 이불은 간신히 덮여 있었으나 곧 완전히 흘러내릴 것 같았다.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 지나치게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이 눈앞에서 힘없이 바둥거리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된 걸까?'

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사람이 살기에 좀 작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적당한 그의 방은 낯익은 그대로 네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따로따로 분리해서 싸 놓은 직물견본이 흩어져 있고-잠자는 외판원이었다-얼마 전 화보에서 오려 낸 그림이 금박을 씌운 예쁜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었다. 털모자를 쓰고 털목도리를 두른 여자가 똑바로 앉아서 팔꿈치까지 깊숙이 파묻은 털토시를 앞으로 쳐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레고르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함석판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흐린 날씨 때문에 기분이 아주 우울해졌다.

'잠을 좀더 자고 모든 망상을 다 잊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전혀 불가능했다.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버릇이 있는데, 현재 상태에서는 그런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은 건들거리다가 다시 벌렁 나자빠져 먼저 자세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바둥거리는 발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돌아누우려는 시도를 한 백 번쯤은 해보다가 옆구리에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둔한 통증이 느껴져 그만두었다.

'아, 하느님!'

그는 탄식했다.

'나는 왜 이런 고된 직업을 택했던가! 날이면 날마다 여행을 가야 하는 이 일은 상점에서 정상적인 근무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게다가 기차연결에 대한 걱정, 불규칙하고 형편없는 식사, 언제나 고객이 바뀌어 오래 사귈 수 없고 정도 들지 않는 인간관계, 여행에서 오는 피로와 온갖 괴로움…, 이 모든 지긋지긋한 것들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으련만.'

배 위가 좀 가려워왔다. 머리를 좀더 쳐들려고 누운 채로 등을 천천히 침대 기둥 가까이로 밀어 올렸다. 마침내 가려운 곳을 알아냈다. 그곳에는 온통 작은 흰점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 점들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발 하나로 만져 보려 했으나 만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기 때문에 곧 다리를 움츠렸다.

그는 다시 먼저 자세로 드러누웠다. 너무 일찍 일어나면 바보가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사람은 잠을 자야 해. 다른 외판원들은 마치 후궁의 궁녀처럼 살고 있지. 예를 들어 내가 주문 받은 것을 기입하려고 아침 늦게 여관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그제서야 아침을 먹고 있다. 내가 그런 짓을 흉내냈다간 사장이 당장 날 쫓아내겠지.

그러나 그것이 내게는 훨씬 더 좋은 일일지 누가 알랴. 부모님 때문에 참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벌써 오래 전에 사표를 냈을 것이다. 그리고 사장 앞으로 걸어가서 내가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생각을 남김없이 털어놓을 것이다. 그러면 틀림없이 사장은 책상에서 굴러떨어질 거야!

여하간에 사장이 책상 위에 올라앉아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괴상한 버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바싹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러나 아직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야.

부모님이 사장에게 진 빚을 갚을 만큼의 돈을 언젠가 모으기만 하면-아직 5,6년은 더 걸리겠지만-사장한테 가서 꼭 한번 그렇게 해야지. 그러면 그것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선 일어나야겠다, 기차가 5시에 떠나니까.'

〈변신〉(프란츠 카프카 지음, 고려원미디어, 297~29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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