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야, 이노마!〉

중앙일보

입력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화를 고르다보니, 벌써부터 한쪽으로 치우친걸 느낀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부담 없이 볼 수 있을만한 작품을 선택해 봤다.

"야, 이노마!"를 보고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비상한 상상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자신의 정서 상태를 의심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만화는 기발하다.

보통 1-3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 만화는 그 캐릭터 자체부터 너무 튄다. 노마-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이다...물론 다른 캐릭터들에 밀려 가끔 주인공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명색은 '주인공'이다.

현재 미친X 광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고, 광년의 사랑을 거부하는 듯 보이나...내가 보기엔, 퉁기고 있을
뿐이다. 성적은 바닥을 기지만 체육 선생님과는 사이가 좋다. 강아지 땡비를 키우고 있는데...내가 보기엔...땡비에게 키워지고 있다.

광년-본명인지 알 수 없다.
노마 마을의 뒷산에 살고 있는 미친X으로 속치마를 겉에 입고 다닌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이쁘고 순수한 미친X가 아닌가 싶다. 노마를 사랑하지만, 그 결과는 배신이다. (이야기 중간에 머리를 돌에 부딪혀 제 정신을 차리나, 노마가 다시 밀어 원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왜? 여기서 알 수 있다. 노마도 광년을 좋아한다..그러나 튕기고 있다)

삐꾸- 노마의 단짝친구
O자 다리에 튀어나온 똥배의 소유자(아랫배가 바가지처럼 '툭' 튀어나왔다.) '체육 선생님'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만...그 시도는 매번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노마가 너무나 부럽다...때로는 광년의 사랑을 받는 노마를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만화가 누나를 뒀는데..누나도 똥배가 튀어나왔다.

땡비-노마의 애완견(?)
머리가 너무나 좋아...그게 문제다. 말복 날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주인에게서 도망 나와 노마와 살게된다.
하지만..노마의 아빠도 땡삐만 보면 침을 흘린다. 세상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천시한다( 개도 인간을 천시할 수 있다. 이 만화를 보면)

이 4인물이 이 만화의 중심인물들이다.
이 캐릭터들만 보면 이 만화가 한없이 가벼울 것 같으나, 그렇지도 않다. 나름대로 사회의식도 가지고 있고. 가끔가다 "어머!" 하며 무릎을 치게도 한다.

이를테면, 10번째 이야기 '인간이 그립다'를 보면 한 여자아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인간과 어울리고 싶다며 노마와 삐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광년이 다가간다. 그러면 그녀는 자기를 보고도 피하지 않는 광년에게 겁이 없다며 웃는다. 그러면서 사람과 놀고 싶다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 마치 이 여자가 귀신 정도 되어 보인다. 미친X에게만 보이는 귀신 하지만 마지막에 그녀의 독백은 이렇다.
'이 세상 사람들은 나를...장애인이라고 불러...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건 몰라도 다른 세상에서 산다고 느껴지진
않았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땡비의 이야기를 하면서 끝을 낼까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땡비는 복날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주인을 피해 도망을 나온다. 하지만 잡힐 위기가 되고...너무나 머리가 좋은 땡비는 순간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주위를 둘러본 땡비...경찰이 보이고, 은행이 보인다
땡비는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는 여자를 보고는 달려들어 지갑을 뺏는다.

계속 땡비를 찾고 있던 땡비의 주인. 골목 끝에서 다소곳이 앉아 자신을 기다리던 땡비를 발견한다. 반갑게 다가가 땡비를 들어올리며 기뻐한다. 땡비는 귀여운 척을 하며 주인의 얼굴을 핥는다. 이때 다가온 경찰 "저- 실례지만 그 강아지가 당신 강아지 맞아요?"

땡비의 주인은 경찰서에 잡혀간다. 강아지에게 도둑질을 시켰으므로...땡비는 유유히 빠져 나와 노마에게 간다 그리고 노마에게 길러진다...아니 노마를 기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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