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강렬한 덮어씌우기 - 백6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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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16강전>
○·쿵제 9단 ●·이세돌 9단

제7보(63~76)=바둑을 알면 알수록 바둑판은 점점 더 넓어진다. 중앙은 그중에서도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는 깜깜한 허공이고, 미궁이다.

이 판은 변과 귀에서 시작된 접전이 드디어 중앙으로 비화하기 시작했다. 쿵제 9단의 백△는 안전한 수. 흑이 A로 이을 수는 없으므로 흑▲ 한 점을 확실하게 잡아둔 수라고 보면 된다. 그 바람에 약간 숨통이 트인 흑은 63으로 다섯 점을 살린 뒤 67까지 좌변을 살아뒀다(63 같은 곳을 지금껏 놔둬야 했다는 것은 흑이 얼마나 바빴는지를 말해 준다).

 하지만 한 발 늦춘 듯 보였던 쿵제가 돌연 68이란 강수를 들고 나온다. 이 덮어씌우기는 허술한 듯 보이지만 69, 71로 끊어도 잘 뚫리지 않는다. 68의 한 점은 축도 안 되고 장문도 안 된다. 의외로 유력하다.

이세돌 9단은 턱을 괸 채 수심에 잠겼다가 73으로 날아든다. 전투를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이세돌이지만 병사 수가 워낙 부족한 관계로 살짝 피한 것이다. 74로 잡히는 것이 뼈아프지만 지금은 도저히 저항 불가의 상황. 75도 괴로운 수다.

보통은 ‘참고도’ 1, 3으로 상변을 키우며 중앙 몇 점은 버리는 게 맞지만 지금은 아래쪽이 다 죽으면 너무 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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