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경영 승계도 e-비즈니스로?

중앙일보

입력

최근 재벌 2,3세들이 각 그룹의 인터넷 사업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차남인 동빈씨와 삼성 이건희회장의 장남 재용씨. 동빈씨는 지난 96년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의 대표를 맡아 이를 기반으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어 ''유통왕국''인 롯데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닷컴은 최근 대대적인 사이트 개편을 통해 영업 확장에 나선데 이어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 쇼핑몰 사업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공격적 경영을 하고 있다.

재용씨는 최근 삼성 그룹의 인터넷 사업 부문을 총괄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e삼성의 지분 60%를 확보, 그의 영향력이 그룹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벌 2,3세들의 적극적인 인터넷 사업 진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 부문을 디딤돌 삼아 그룹 경영을 익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실물 경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3세들의 부상에 대해 기존 경영진들이 심적인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비교적 새로운 사업 분야인 인터넷 부문을 경영 승계의 ''도구''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동빈씨는 롯데닷컴과 편의점 사업 부문을 맡으면서 주력 업종인 백화점,호텔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지만 기존 경영진과의 시각차 때문에 아직 그룹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 역시 전자, 금융, 물산 등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삼성그룹에서 주력부문의 경영권을 승계받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요구 강도가 높아진 것도 경영주들이 자식들에게 인터넷 분야를 통해 경영 수업을 받도록 배려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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