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변호사가 … 의뢰인 발등 찍는 사기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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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보험설계사 최모씨는 2007년 2월 같은 교회 신도이던 변호사 김모(56)씨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고 귀가 솔깃해졌다. “강원·경기 지역에 200만 평 크기의 골프장과 스키장·납골공원을 짓고 있는데 자금이 좀 부족하다. 사업이 끝나면 직원을 수백 명 채용할 텐데 모두 당신을 통해 보험에 가입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1억8000만원을 선뜻 빌려줬다. 평소에 가져왔던 법률가 김씨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최씨는 ‘김 변호사’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걸 3년여가 지나서야 알았다. 애초에 납골공원 사업은 진행된 적도 없었고, 골프장 등 건설사업도 자금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11억원의 빚을 지고 있던 신용불량자였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김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최근 들어 변호사들의 범죄가 늘고 있다. ▶인허가 청탁 대가 ▶조상 땅 소송 사기 ▶ 판·검사 교제비 요구 등 전형적인 수법 외에 새로운 수법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L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인 이모(45)씨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직원들을 변호사로 활용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돼 최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직원인 유모(42)씨와 이모(53)씨에게 변호사가 할 일을 맡겼다. 유씨 등은 개인회생과 파산, 등기업무를 변호사 대신 하고 수임료 명목으로 모두 4억5000여만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변호사 사무장이 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 장사를 하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회사 경영 정상화 책임자로 선임된 변호사가 내부 정보를 빼내 시세차익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도모(41) 변호사는 한 회사의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영입돼 일하다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에 나섰다. 그는 1억5900여만원의 차익을 올렸지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징계건수는 29건에 달했다. 변호사 범죄의 증가는 변호사 1만 명 시대에 사건이 줄면서 수임료가 덩달아 낮아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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