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예술촌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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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안에 예술가들이 머물며 평화ㆍ공존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창작촌’이 생긴다.

경희대 현대미술연구소 박종해 소장은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통제선에 인접한 경기 연천ㆍ강원 철원 등 10개 시군의 공공시설ㆍ폐가 등을 리모델링해 국내외 예술가들이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DMZ 국제 평화 레지던시’를 설치한다”고 4일 밝혔다. 레지던시는 예술가ㆍ학자들이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 거주하면서 창작ㆍ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ㆍ프로그램을 이른다. 2000년대 초부터 국·공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전국 전통시장ㆍ폐가 등에 레지던시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 전국에 60여 개의 레지던시가 운영되고 있다. DMZ 내에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천군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박시동(51)씨가 운영하는 ‘석장리미술관’이 12월 DMZ레지던시 1호점으로 문을 연다. DMZ에서 1㎞ 후방 민통선 안에 있다. 국내외 예술가 10여 명을 선발해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이후 DMZ 인근 10개 시군과 연계해 10여 개로 늘릴 방침이다. 박 소장은 “이제까지 DMZ에서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한 평화 예술 축제는 다수 있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며 “레지던시 설치를 계기로 평화 예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DMZ를 동북아시아 `예술 벨트`로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동네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제작하거나 평화 메시지를 담은 영상물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군인에게도 참여 문호를 열기로 했다. 뉴미디어 전문가ㆍ인문학자도 참여한다.

레지던시는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생태 건출물로 짓게 된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 기존에 지어진 건물을 활용하거나 이동이 편리한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식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발전을 하고 빗물재활용시스템도 활용할 것이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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