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흔들리는 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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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32강전>

○·쿵제 9단 ●·이세돌 9단

제4보(35~44)=흑▲로 두는 바람에 백△로 끊겼다. 좌변 일대에선 이미 전쟁이 불붙었는데 흑▲는 마치 텃밭을 가꾸듯 한가롭다고 한다. 이세돌 9단이 이 판을 진다면 흑▲는 패착의 오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전장으로 복귀한 이세돌 9단은 35로 뛰어나가는 최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백이 36으로 갈라 나오자 흑은 한 집도 없는 돌들이 산지사방 흩어진 모습이다. 이세돌은 타개의 귀재다. 지금 같은 지리멸렬의 상황에서도 귀신같이 수를 만들고 다 죽은 돌도 귀신같이 살려낸다.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기사들과 연구생들은 그런 이세돌 9단의 무용을 떠올리며 아직은 침묵 모드다. 하지만 그들도 점차 동요하기 시작했다. 35는 무리수가 분명해졌다. 따라서 ‘참고도’처럼 두어 조금 참아야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 이 그림도 좌하 백집이 너무 커서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37이 떨어진다. 곤경에 처한 이세돌 9단이 베팅하듯 판을 키운다. 어찌 보면 곤마가 하나 더 늘어 세 개가 됐을 뿐이다. 그래도 쿵제 9단은 제갈량과 맞선 사마의처럼 조심 또 조심한다. 38, 40은 가장 안전한 수순. 41엔 42로 막아 위쪽은 살려주고 아래쪽엔 확실하게 자물쇠를 채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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