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관리 … 발전소 몇 개 짓는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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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에너녹(EnerNOC)과 컴버지(Comverge)는 요즘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이다. 덩치는 작지만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전력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전력 소비를 관리해준다.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의 공급량, 그리고 사용자인 주요 건물·시설의 전력 사용량을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체크해 전기 소비를 제어하는 식이다. 에너녹의 지난해 매출은 28억2000만 달러로 2006년(2억6100만 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불었고, 컴버지도 같은 기간 매출이 3억3900만 달러에서 11억9400만 달러로 늘었다.

 2001년 설립된 에너녹은 주로 기업체들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료가 높은 시간대에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여 에너지 비용을 절감해준다. 예컨대 전력 사용 피크 시에 소비자들의 전력 계측기에 명령을 보내 에어컨·난방기 등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전기료가 비싼 전력 피크를 피하는 식으로 요금을 절약할 수 있고, 공급사들은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과부하를 피할 수 있어 ‘윈-윈’이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38억 달러의 전력 사용 비용을 줄인 효과를 냈다는 게 에너녹의 설명이다.

 최근 에너녹을 방문한 건국대 박종배(전기공학과) 교수는 “에너녹이 전력시장에서 관리하는 전기부하량은 6GW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관리량의 두 배 정도”라며 “이런 식으로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조정하면 전체적으로는 발전소 몇 개를 짓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컴버지는 주로 가정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가정의 전력 사용 변동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전 위험 등을 바로 가정에 전달한다. 알뜰한 전력 소비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예컨대 고객에게 한 달 전력 소비를 50% 줄이는 조건으로 일정 금액의 전기료를 깎아주는 식이다.

 미국에서 스마트그리드가 주목받는 데에는 과거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2003년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이후 전력망의 첨단화를 위해 스마트그리드 정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에너지 절약을 통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한몫을 했다.

 박종배 교수는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전력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각종 제도 미흡과 규제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 하드웨어를 개발해도 소프트웨어가 없어 전기 절약을 할 수 없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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