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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도 CEO제도 도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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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중일
전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

지난 3월 농협법이 개정됨에 따라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의 분리가 가능해졌다. 오랜 과제의 하나였던 사업 분리는 실현되고 있으나 농협 개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농협의 잘못된 경영관리 체제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듯 협동조합도 하나의 기업인 이상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위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통제 위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농산물 매각이나 생산자재 구입 등 조합원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경영의 주목표다. 전문경영인이 그 기능을 잘 수행하는지 견제하고 통제하는 관리 기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농협중앙회의 조직을 보면 전무와 신용·경제·축산 대표가 소관별 업무를 담당하고, 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으로 돼 있다. 즉 중앙회 업무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없다. 따라서 최근 발생한 전산망 마비 사태와 같은 대형사고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비상근인 회장이 실 경영과는 무관하게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직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경영과 관리의 한계가 불분명하다. 회장은 중앙회를 대표하는 동시에 이사회 의장으로서 관리기능을 담당토록 하고, 인사권을 포함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김으로써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견제 및 관리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인사권을 이사회가 관장해야 한다. 현행법처럼 추천위원회를 굳이 명시할 필요는 없으며, 필요할 때 이사회가 임의로 위원회를 구성해 활용하면 된다.

 농협법 개정으로 내년 3월 신설 예정인 경제 및 금융 지주회사의 이사회 구성에서 관리의 효율성 차원에서 조합원 농민대표가 과반수를 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주회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농민대표가 과반수로 돼 있는 농협연합회의 이사회가 자회사인 경제지주회사 이사회를 겸하도록 하고 있다.

서중일 전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