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는 전동공구, 자동차 엔진으로 … 시속 40㎞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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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 5개국이 참가한 ‘2011 보쉬 충전공구 아시아 레이스 결선 대회’를 열었다.

“충전용 전동공구를 이용해 만든 전기 자작차(自作車)로 경주를 할 수 있을까?”

 세계 1위 전동공구 회사인 독일 보쉬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 5개국이 참가한 ‘2011 보쉬 충전공구 아시아 레이스 결선 대회’를 열었다. 충전식 전동공구는 업무용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못이나 나사를 박는 데 사용한다. 참가자들은 18V 모터가 달린 충전식 전동공구 4개를 체인을 통해 바퀴에 연결해 자작차를 만들었다. 1인승 차로 스티어링휠과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동력은 전동공구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 4개로 일종의 전기차인 셈이다.

워너 버나드 부사장

 이 배터리의 기본인 셀은 삼성SDI에서 절반 이상을 공급한다. 이번 대회는 보쉬 전동공구사업부가 창립 125주년을 맞아 마련한 것으로 한국·중국·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국에서 10개 팀이 참가했다.

 전동공구 자작차의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니켈카드뮴 방식에 비해 40%나 가벼운 게 장점이다. 따라서 휴대가 간편해 청소년이나 여성도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아도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고, 한 시간만 충전해도 배터리의 75%가 채워진다.

 보쉬의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총괄 엔지니어인 포크 허만 부사장은 “핵심 기술은 2000번 이상 충전해도 균일한 파워를 낼 수 있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라며 “경쟁사 제품에 비해 네 배 이상 수명이 길다”고 설명했다.

 이번 충전공구 자작차 레이스는 올 4월부터 5개월간 아시아 5개국에서 예선이 진행됐다. 결승 경기는 257m 간이용 트랙을 네 바퀴(1028m) 달려 결승점을 통과하는 시간을 재는 ‘타임 어택(Time attack)’ 방식이다. 우승은 1분47초를 기록한 태국팀에 돌아갔다. 한국대표팀인 ‘자연인’은 100m 단거리 기록 경기에서 9.75초로 2등에 올랐다.

 

한국 보쉬 김성림 차장은 “자작차들이 시속 40㎞ 이상 달려 리튬이온 전동공구의 파워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리튬이온 배터리 히어로’라는 만화 캐릭터를 제작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다음달에는 아태 5개국에 전파한다.

 이 대회를 주관한 아태지역 총괄 워너 버나드 부사장은 “전동공구 시장은 자동차와 비슷해 유럽·미국 같은 성숙한 시장보다는 중국·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 성장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들은 리튬이온 충전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며 “전동공구는 짧은 충전시간과 균일한 출력이 중요해 한국 소비자들이 보쉬 제품을 모방한 싼 제품만을 찾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태진 기자

◆보쉬 전동공구=2003년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동공구 ‘익소(IXO)’를 개발해 지난해까지 1000만 개 이상을 판매했다. 리튬이온 충전식은 곧 전동공구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5억 유로(약 4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아태지역은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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