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배우 이미숙이 말하는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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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적이고 이지적이며 카리스마 있는 여배우를 대표하는 이미숙. 그가 ‘스타릿 by ST.L’의 이번 가을·겨울 시즌 옷을 입고 인터뷰했다.

“여배우로 사는 것. 나는 그것에 내 모든 것을 쏟아 붓습니다.”

배우 이미숙의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여배우로서의 ‘포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천상 여배우인 사람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카리스마’란 단어가 붙는다. 서구적인 얼굴과 몸매, 도도한 표정과 당당한 모습 앞에 웬만한 사람은 모두 기가 죽는다. 스타일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그는 CJ오쇼핑,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와 함께 지난해 론칭한 ‘스타릿 by ST.L(이하 스타릿)’의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7시. 분주한 스타릿의 화보 촬영현장에서 배우 이미숙을 만났다.

청담동의 한 지하 스튜디오가 수십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촬영 준비와 다음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시끌벅적하던 스튜디오가 한 순간 조용해졌다. 준비를 마친 이미숙의 등장 때문이다. 검정 수트에 가느다란 벨트를 허리에 멘 이미숙의 모습에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너무 예뻐요” “세련돼 보인다” “저 옷이 저렇게 괜찮은 옷이었어?”란 미사여구에도 이미숙은 웃지 않는다. 촬영에 앞서 긴장을 놓지 않지 위해서다.

화보 촬영은 빠르게 진행됐다. 한 두 번의 포즈만으로도 입은 옷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 ‘좋은 사진’이 나왔기 때문이다. 불과 1시간여 만에 촬영이 끝났고 스태프들은 다음 스케줄 장소로 떠날 준비로 다시 분주해졌다.

50대 여배우가, 이렇게 많은 스태프들을 대동해서, 쉴 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해 내는 것이 놀라웠다. 10월 초까지 이미숙은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스타릿 론칭 준비를 했다. 17일 새로 시작한 드라마 ‘천일의 약속’ 초반 작업도 병행했다. 케이블채널 토크쇼 ‘베드신’메인MC도 맡았다. 소속사 관계자도 “같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한꺼번에 진행한 적은 없었다”며 놀라워할 정도다.

50대에 전성기를 맞은 이미숙

왜 갑자기 많은 곳에서 그를 찾게 됐을까. 이에 대해 이미숙은 “내 전성기는 지금이다. 그리고 이는 60대까지 계속 될 것 같다”고 한마디로 답했다.

스타 여배우로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했었지만 그도 흘러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었다. 점점여주인공 자리는 젊은 후배들의 차지가 됐다. 하지만 이미숙은 좌절하거나 슬퍼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몇 년 전부터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한 ‘엄마’ 역할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24시간 ‘일’만 생각한다”는 이씨는 “후배에게도, 대중에게도 올바른 여배우의 삶에 대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여자배우가 어떻게 늙어야 하나’란 것이 그의 숙제라는 것.

때문에 ‘도전’은 이미숙 삶의 좌우명이다. 토크쇼만해도 그렇다.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성격이 아니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조차 꺼렸던 그였다. 그런데 MC자리를 수락한 이유는 기존 토크쇼의 형식을 깨는 새로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토크쇼는 대본이 없다. 현장에서 MC와 게스트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이야기들로만 구성된다. 이는 이미숙의 MC 수락 조건이었다. 그래야만 출연자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이미숙의 시크한 스타일 그대로

스타릿 또한 그에게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출발이다. 의류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스타릿은 여배우의 스타일을 기본으로 30~40대 여성을 위한 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이미숙이 스타릿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평소 함께 일해왔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의 역할이 컸다.

김씨와 함께 이미숙은 우아하고 트렌디한 스타일들을 뽑아 냈다. ‘고급스러움’은 이미숙이 끝까지 강조한 중요한 컨셉트였다. 가격대는 홈쇼핑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유통되는 것이어서 같은 품질보다 10% 정도 낮췄다.

‘이 옷을 입으면 이미숙처럼 될 수 있냐’란 질문에 그는 “똑같진 않겠죠”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는 “평생 몸을 만들기 위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식사조절과 운동을 해왔다”며 “그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옷태’가 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노력을 통해 몸매를 유지하고 있고, 또 그래야 스타일이 산다는 얘기다.

그는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라 저와 같은 중년 여성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며 “멋진 스타일을 내려면 몸매를 가꾸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자기 자신을 놓지 마세요. 남편과 자식을 위해 내 몸을 방치하지 마세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여자’로서 가꾸세요. 그 뒤엔 스타릿이 스타일을 책임질께요.”촬영장을 떠나며 그가 남긴 말이다.

스타릿 by ST.L=CJ오쇼핑이 지난해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 배우 이미숙과 함께 론칭한 패션 브랜드다. 스타일 아이콘으로 꼽히는 여배우와의 협업을 통해 그의 스타일을 기본으로 30~40대 여성을 위한 옷을 선보인다. 그 첫 번째 여배우가 이미숙이다. 이미숙의 스타일은 CJ오쇼핑 방송이나 온라인 CJ몰(www.cjmall.com)에서 볼 수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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