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통증 참으면서도 스시 먹은 초밥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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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숨진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올 여름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단골 일식집에서 친구들과 송별회를 여러차례 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일식집의 단골이었다. 그가 이 가게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8년 여름. 췌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혼자 카운터에 앉은 잡스는 "이 고등어는 어디에서 잡았나" "참치 다짐은 언제 했느냐"며 생선의 선도를 확인한 뒤 주문했다고 이 가게의 다카하시 이치로(高橋一?) 사장이 전했다.

잡스가 즐겨먹은 일식코스는 초밥과 새우튀김·모밀국수의 순이었다. 마지막에 오렌지무스로 마무리한다.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지난해 여름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매실주를 마셨다.

식욕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올 1월 무렵. 애플 회장에서 물러난 뒤 6월초부터는 가게 출입이 잦아졌다. 다카하시는 "6월말부터 7월초까지는 많을 때는 주 3~4회씩 몇몇 친구들과 함께 가게를 찾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잡스가 숨지기 몇 달 전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이별을 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송별회식이 일단락될 즈음이던 7월 중순, 잡스는 부인 로렌과 함께 점심시간에 이 가게를 방문했다. 바다송어와 대구·고등어·붕장어 등 8가지의 초밥을 주문했다. 이따금씩 통증이 밀려오는 듯 수차례 머리를 감싸쥐었다. 초밥은 절반 정도 밖에 먹지 않았다. 초밥과 함께 주문한 냄비우동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다카하시는 "먹지 못해도 계속 주문하는 모습이 마치 포기하지 않고 작은 가능성에도 도전하려는 그의 근성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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