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硏 "北 SOC 개발에 73조 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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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 경협사업의 최우선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북한내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1998년 기준으로 북한의 SOC 시설은 남한의 75년도 수준에 그칠 만큼 열악한 상태며, 이를 남한의 90년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10년간 무려 73조원의 건설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목표를 남한의 80년도 수준으로 낮춰 잡을 경우 약 20조원, 85년 수준이면 44조원의 건설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은 13일 '북한 SOC 현황과 진출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추산했다. 보고서는 대북진출의 가장 큰 관건은 역시 돈(투자재원)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 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등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북한의 SOC개발에 얼마나 드나〓북한의 SOC 수준은 전체적으로 남한의 75년도와 비슷하다.

보고서는 우선 북한 SOC가 남한의 80년 수준에 도달하려면 전체 시설이 12.2% 늘어나야 하며, 2010년까지 10년간 19조7천4백50억원이 투자돼야 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발전설비를 현재의 2배로 늘리고 도로는 5%, 철도는 7%를 추가 확충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또 85년 수준은 SOC가 27.4% 늘어나야 하며 44조3천6백억원의 잠재 투자수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90년 수준의 경우 44.8% 추가 확충에 72조5천7백50억원의 투자수요가 예상됐다.

보고서는 그러나 "세가지 시나리오는 북한 SOC 투자개발에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것이며, 실제로 그만한 투자가 이뤄지려면 북한의 활발한 경제회복과 남한의 적극적인 대북진출 정책이 따라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남북 SOC 경협사업의 초기 5년간은 북한에 75㎢ 가량의 산업단지(3개 대단지 규모)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발전설비, 항만시설을 확충하는 정도가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정 아래 2005년까지 SOC 경협사업의 잠재 건설투자 규모는 3조4천1백20억원(순공사비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문제는 돈〓북한 SOC개발사업은 이처럼 돈이 많이 든다. 초기에는 정부재원이 많이 투입되겠지만 한계가 있으며, 결국은 민간기업의 투자가 따라야 한다.

김태황 연구위원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전향적으로 도입해야 하며, 외국자본과의 합작.합영에 의한 대북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고 제시했다.

특히 민간기업과 한전.도공.토공 등 공기업의 합작진출을 적극 추진하면 국제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에 유리할 것으로 지적했다.

또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북한에 파급이 큰 SOC시설, 즉 발전.항만.산업단지 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철도.도로.공항 건설사업을 점차 연계시키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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