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증포래요” 사투리 무대 올린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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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가 증포래요.” 고려 말 강원도 순찰사 박신이 이곳이 어디인가를 묻자 기생 홍장이 답한 말이다. “여기가 경포입니다”를 강릉 사투리로 표현한 말이다.

 강릉의 전통설화인 ‘홍장(紅粧)의 사랑이야기’가 강릉사투리로 극화돼 무대에 오른다. (사)강릉사투리보존회와 극단 백향씨어터가 공동으로 추진한 연극 ‘홍장 홍장’이 26일 오후 강릉문화예술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강릉의 경포대에는 홍장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여기에는 고려 말 우왕 때의 강릉기생 홍장과 강원도 순찰사 박신(朴信)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조선 성종 때 서거정이 편찬한 『동인시화(東人詩話)』, 『홍장전』등에 전해오고 있을 정도다. 연극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구수한 강릉사투리로 풀어가는 것이다.

 연극 ‘홍장 홍장’은 강릉 사투리를 무대극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 문화의 달을 맞아 강릉의 설화를, 강릉 사람들이, 강릉 말로 표현한 것으로 향토문화를 연극이란 매체로 각색해 강릉의 문화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강릉사투리 연극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릉사투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연극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중심으로 강릉사투리를 넣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조남환 강릉사투리보존회장은 “그동안 강릉사투리대회, 시 낭송회, 시화전 등을 통해 강릉사투리를 문화와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강릉의 역사와 얼이 담긴 사투리로 엮은 연극을 통해 강릉의 문화의 다른 맛을 느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은 오후 7시로 무료 공연이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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