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센티멘트 몹시 나빠 … 몇 년간 성장 없이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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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미소(29·사진)씨는 시쳇말로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 모든 분야에서 잘나 부러움을 사는 여성)’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혼자 영국으로 조기유학을 시작,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미국의 세계적 투자회사인 T 로 프라이스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2011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2011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는 재외동포재단이 전 세계 21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92명의 차세대 리더를 초청해 한국의 국내외 네트워크의 기틀을 만드는 자리다. 조기 유학 중인 중학교 때 한국의 외환위기로 큰 고통을 겪었던 그에게 요즘 유럽의 재정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유럽 주요국이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가 생각난다. 그때 많은 유학생이 고통을 겪었다.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탓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도 많았다. 나도 아끼고 또 아끼며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원래는 법학을 전공하려 했는데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외환위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과 요즘 유럽을 비교해 보면 유럽은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무책임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은 대개 돈 빌려 쓰는 것을 무서워한다. 빌리면 꼭 갚으려 한다. 한국은 금 모으기 운동까지 했다. 하지만 유럽인에겐 빚은 당연하다. 빚이란 게 잘 사용하면 돈도 벌고 회사를 키울 수 있지만 남용하면 유럽처럼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일부 유럽국가는 무책임하게 미래 수익을 당겨 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개인이 연봉의 6~7배에 달하는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쉬웠다. 이런 것이 쌓여 금융위기로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럽의 문제가 뭔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리스가 유로에서 나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이젠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에서 나간다 한들 아주 놀라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그리스가 아니다. 스페인·이탈리아다. 금융은 센티멘트(감정)에 약하다. 요즘 유럽은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센티멘트가 몹시 나쁘다. 또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유럽에 정치 리더십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장은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유럽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 년간은 성장 없이 갈 것 같다.”

 -유럽 금융시장은 어떤가.

 “시장에 유동성 자체가 없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이 없다. 예전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와 비슷하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도 아직 정치·경제적으로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

 -조기유학은 어떻게 해서 가게 됐나.

 “처음엔 좀 황당하게 갔다. 무조건 옥스퍼드대 법대에 가겠다는 목표로 지도를 보고 옥스퍼드 근처를 찍고 학교를 알아봤다. (웃음) 운 좋게도 중·고교를 좋은 데 갈 수 있었다.”

김창규 기자

◆T 로 프라이스=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토머스 로 프라이스(T. Rowe Price·1898~1983년)가 37년에 설립한 투자회사다. 프라이스는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더불어 성장주 투자의 대가로 명성을 쌓았다. 당시 사람은 모든 종목을 경기순환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경기순환주로만 생각했지 성장주라는 개념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모든 기업에는 성장·성숙·쇠퇴의 세 가지 국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성장기에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6월 말 현재 5210억 달러(약 6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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