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다니는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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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에 장남감을 빌리러 온 엄마들. 장난감 이동도서관이 오는 날은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 만남의 날이기도 하다.

11일 일산동구 사리현동 동문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 옆. 주차된 빨간 버스 주위로 아이와 엄마들이 복작거린다. 4살 민준이는 눈앞에 펼쳐진 장난감 세상에 신이 났는지 파란색 승용 오픈카 장난감과 흰색 승용 장난감을 오가며 환호성을 지른다. 지혜 할머니는 노란색 시소를 두고 고민하는 세영이 엄마에게 ‘내가 오늘 반납한 장난감인데, 우리아이가 무척 좋아했다’고 귀띔해 준다. 이달 4일부터 고양시에는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이 다닌다. 7월에 문을 연 ‘일산·관산 장난감 도서관’ 사업의 연장선상이다. 일산·관산 장난감 도서관은 개관 3개월 만에 회원 800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관내 농촌지역, 그린벨트, 외곽지역 거주민들은 이곳 조차 찾기 어려웠다. 고양시보육정보센터가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을 기획한 건 이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10개 동 13개소를 방문하는 고양시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 버스는 관내 60개월 이하 영·유아 가구에게 장난감을 빌려준다. 장난감은 부모들의 희망 물품과 고양시보육정보센터 내의 유아교육 전문가, 관내 국공립 유치원 원장선생님들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검증을 마친 장난감 100여 점이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에 가득 차있다. 회원등록시 연회비 1만원을 지불하면 2점 이내의 장난감을 최대 14일까지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 이때 지급한 연회비는 전문 업체에 소독비용으로 지급된다.

먼저 장난감을 빌려갔던 부모들은 사용했던 장난감을 깨끗이 씻어 반납해야 한다. 자동차 장난감 같은 경우, 바닥에 닿는 바퀴까지 세척해 오지 않으면 반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보육정보센터장 김효정씨의 원칙이다. 센터에서는 소독약품·자외선을 이용해 반납 된 장난감들을 세척한다. 이것을 또 3개월에 한번씩 전문 업체에 맡겨 소독한다.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을 처음 이용해봤다는 권안순(30·일산동구 사리현동)씨는 “생각보다 장난감 종류가 많고 깨끗한 것에 놀랐다”며 “전문가의 추천으로 아들 민건이(13개월)에게 딱 맞는 링 장난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장난감을 쉽게 싫증 내 중고로 내놓은 적이 많았다는 최희진(31·일산동구 사리현동)씨는 “부피가 큰 고가의 장난감을 아이에게 자주 바꿔줄 수 있어 좋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의 이용 소감을 밝혔다.

장난감 도서관이라고 해서 단순히 장난감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함께 탑승한 보육전문 요원이 아이 발달과정에 맞는 맞춤형 장난감을 추천해준다. 3~9개월 유아는 시각이 발달하는 시기라 모빌류나 색감이 선명한 장난감을 권한다. 신체발달이 원활한 36개월의 아이에게는 대근육을 사용할 수 있는 승용완구를 추천한다. 또한 엄마들은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유명 캐릭터가 그려진 전자 장난감을 선호하는데 이는 아이와 부모간의 소통 방해할 수 있어서 좋지 않다고 한다. 김효정 고양시보육정보센터장은 이보다는 블록과 같은 조립 가능형 제품을 추천한다며 “블록을 여러 방면에서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완성품을 만들기까지의 전 과정이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줬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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