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축구 포털사이트 운영 이시카와 에미카

중앙일보

입력

"올해 한.일전에서 일본팀이 패한 것은 기술력과 전술소화 능력을 뒷받침할 투지와 집념이 부족해서다. 이 부분에서 일본팀을 제압한 한국팀이 기술적인 부분을 더 강화하면 일본보다 빨리 세계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해 한국에 온 일본 여성이 한국과 일본 축구를 비교하는 칼럼을 스포츠 포털 사이트www.sportslove.com에 한.일 2개 국어로 게재해 두 나라 축구팬들 사이에 화제다.

주인공은 고려대 경영학부 1학년에 유학 중인 이시카와 에미카(市川惠見加.27.여). 이시카와는 1994년부터 4년간 일본 프로축구팀 벨마레 히라쓰카에서 교통편과 숙식을 담당하는 스탭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소속팀의 경기도 잘 보지 않을 정도로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96년 한국팀과 일본팀의 경기를 관전하고부터 이시카와는 한국 축구 매니어가 되고 말았다. "천안일화(현 성남일화)팀이 일본에서 벨마레팀과 경기하는 것을 직접 보았는데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에 매료됐어요. 특히 야생마 같은 고정운 선수에게 푹 빠졌습니다."

선수들을 ''비싼 상품'' 취급해 경기가 끝나면 바로 경기장을 떠나게 하는 일본 축구와 달리 팬들의 격려 낙서가 구단 버스를 도배하고,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팬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어울리는 한국축구의 인간적인 모습은 이시카와를 한국 축구에 더욱더 끌리게 만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된 뒤 ''한국축구의 전령사'' 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시카와는 98년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엔 자신의 홈페이지emika.soccerlove.com를 개설, ''한국축구 리포트'' 라는 제목으로 한국 프로축구 리그의 전적과 뒷얘기 등을 매일 매일 띄우고 있다.

"한국축구 경기를 중계하던 일본 내 유료채널의 폐쇄로 일본 팬들이 한국축구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홈페이지에 대한 일본 팬들의 관심이 큰 것 같아요. "

이시카와의 홈페이지엔 이미 35만명의 일본 팬들이 다녀갔다. 그녀는 이외에도 일본 팬들로부터 e-메일로 한국 프로축구팀 선수들의 유니폼을 주문받아 판매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일본 내 가격의 절반 수준에 판매하고 있어 크게 이익이 남진 않지만 2002년 월드컵과 한국축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흐뭇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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