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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 저 병원 … 환자 수고 덜어주는 병원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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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미
사회부문 기자

충남 아산의 이상우(56)씨는 폐암 투병 중인 부인(54)과 함께 2~3주에 한 번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는다. 부인은 지난해 1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처음엔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아내는 서울 큰 병원을 원했다. 주변의 성화 때문이었다. 서울을 왕복할 때마다 이씨 부부는 교통비·식비 등으로 10만원가량을 쓴다. 이씨의 과수원과 한우농장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고 부인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이씨는 “가까운 병원 중에 폐암 치료를 잘 하는 병원이 어딘지 알았다면 굳이 서울로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18만 명이 암에 걸린다. 암 판정을 받으면 대부분 이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용하다는 병원과 의사를 찾는다. 그러다 안 되면 무조건 큰 병원을 고집한다. 정보가 전혀 없어서다. 하지만 ‘잘 한다더라’는 소문만으로 병원과 의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정부가 2002년 본격적인 암 관리(등록)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런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본지가 병원별 암 수술 실적과 수술 많이 한 의사를 공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술 많이 한 곳이 잘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했다.

 물론 수술 건수가 많다고 반드시 잘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수술을 많이 한 병원을 소개하면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알 권리다. 강원·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의 유명 암 수술 병원과 의사를 소개한 것은 이씨처럼 굳이 서울로 오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화순전남대병원·경북대병원·전주예수병원 등이 지방의 간판 병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실도 이번 병원 평가를 통해 확인됐다.

 의료는 소비자가 경험해 보고 좋은 것을 고르는 상품과 같다.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어야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5개 분야 병원 평가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하지만 기자도 찾기 힘들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병원들조차 자기 점수를 모른다. 그래서 본지가 처음으로 종합평가를 시도했다. 평가 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정보 접근을 쉽게 만드는 게 환자 알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박유미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