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현대 3부자 주중 만남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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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냉정하고 무섭다. 현대투신 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한달여만에 국내 최대 현대그룹이 사실상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

현대로선 금주를 신뢰 회복의 전기로 삼으려 들 것이다. 현재로선 당장 돈이 되지않는 5조9천억원의 추가 유동성 확보보다 책임있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

일본에 간 정몽헌 회장, 미국에 간 정몽구 회장이 주중에 돌아오면 왕회장과 만나 어떤 식으로든 현명하게 빨리 결론내야 한다.

묘한 갈등 관계를 보이고 있는 두 형제 회장은 서로 상대를 의식해 귀국 보따리에도 신경쓸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의 5.31 선언 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질텐데, 특히 가신그룹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현대 쇼크는 그렇지않아도 제 기능을 못하는 자금시장을 강타했다. 부실 처리가 늦어지자 투신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다. 시중 자금이 은행 등 금융회사 주변에서만 맴돌아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지난주말 정부가 나서 은행을 윽박질렀지만 한계가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업에 단기자금을 대온 종금업계가 영남종금 영업정지.한국종금 자금난 등으로 기를 못쓰고 있다.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에 한낮에는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인데 금융시장은 감기를 앓고 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고들 하는데, 실물경기는 땀을 내는 가운데 그 핏줄인 금융시장이 시름시름하는 것은 정부가 투신사 구조조정을 미루는 등 체력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이 지난주 중반부터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여서 다행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가 1차 자구책을 발표한 이튿날(5월 26일)부터 현대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니까 주가가 오르고 원화환율도 낮아졌다.

이런 선순환이 자금시장에까지 이어지면 금융시장의 여름 감기는 서서히 치유되겠지만….

이런 판에 정부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에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줄 때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책임경영 체제가 확고한 기업에 신용평가나 회사채 발행 때 우대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지침을 만들거나 감독 당국이 지도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것 같다.

민노총이 주도한 노동계 파업이 정부로부터 주5일 근무제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가운데 10일까지로 파업 시한을 연장했다.

지난해보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 올해 임금인상 폭을 정하지 못했는데, 작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임금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6월부터 기름값이 껑충 뛰고 휴대폰 가입비도 올랐다. 지난해 3월에도 휴대폰 보조금을 폐지한다고 했다가 흐지부지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지켜지나 보다.

역시 시장은 가격과 경쟁으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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