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합헌결정에 축협 초상집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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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일 축협중앙회의 농.축.인삼협중앙회 통합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청구를 기각하자 축협중앙회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축협 직원들은 "이제껏 헌법소원 결과만 바라보고 반대운동을 펴왔는데 `전원일치 합헌'이라니 말이 안나온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암담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세관 축협 홍보실장은 "이제는 농협에 물어봐라", "말이 안되는 것은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직원은 "신구범 회장을 믿고 통합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는데 이렇게 참담한 결과가 나오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직원들을 나락에 빠뜨린 신구범 회장과 임원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축협과 대척점에 서서 평행선을 달려왔던 농림부 내부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농림부는 "그동안 정부가 펼쳐온 농정개혁이 정당한 평가를 받은 결과", "사필귀정", "조직이기주의에 치우쳐 농심과 국론을 분열시키려한 축협측의 불순한 의도가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난 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 시절 군사독재정치하에서 밀실결정에 의해 무원칙하게 분리됐던 농.축협 중앙회를 통합, 본래의 기능으로 환원하는데 대해 정당성을 뒷받침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김성훈 장관은 "민주적 입법절차를 거쳐 제정된 통합 농협법의 합헌성을 재확인시켜준 것으로 매우 합당한 결정"이라며 "이제 내실있는 질적 개혁을 위해 축산인 뿐 아니라 농업인, 정부 모두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축협과 통합대상이 된 농협 관계자도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통합 이후에는 축협 직원들과 어깨를 함께 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감정이 나빠진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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