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현대발표는 시장신뢰 회복위한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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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배후에서 압박한 금융감독위원회는 정주영 명예회장을 포함한 현대그룹의 오너 3부자가 동반 퇴진한다는 발표를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며 '충격적인 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며 예상치 않았던 일이지만 현대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 오너 3부자가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고 해서 대주주의 지분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며 이를 계기로 현대 계열사들이 세계화된 기업으로 다시 선다면 오너 일가 스스로는 물론 현대 종사자들과 국민, 국가경제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위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황제경영의 종식 선언'인 만큼 현대 계열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물론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현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동성 대책만으로는 안되며 정 명예회장의 퇴진을 비롯한 특단의 지배구조 혁신이 시급하다고 얘기해 온 만큼 현대의 결단은 정부의 재벌정책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대의 발표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금감위 관계자는 현대의 이날 발표가 정주영 명예회장과 몽구,몽헌회장의 충분한 양해하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어 일견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표가 정 명예회장의 성명 형식으로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미뤄 몽구,몽헌 형제와 충분한 의견조율 없이 단행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로 가장 타격을 받은 몽구 회장측의 반응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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