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 자금 4조4천억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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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30일 현대건설이 이미 내놓은 자구책 이외에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부동산 등을 매각해 총 4조4천억원 안팎의 유동성을 올해 안에 확보하는 방안을 31일 중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의 퇴진 등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의견이 다른 부분은 대부분 현대에 일임해 이번 자구책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그룹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이날 오전 외환은행 김경림(金璟林)행장과 이연수 부행장을 만나 이같은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자구책은 ▶이미 발표한대로 올해 신규투자 가운데 줄이기로 한 2조2천억원▶현대건설이 제시한 1조2천2백38억원▶그룹 차원에서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매각으로 1조원 등 총 4조4천억원 안팎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골자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金외환은행장은 "부동산이나 계열사를 파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게 바람직한 해결책" 이라며 "다만 한꺼번에 보유주식을 팔 경우 값이 떨어지고 증시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우선 채권단에 처분 위임장과 함께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현대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고 말했다.

金행장은 "채권단은 향후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경우 이 주식을 팔 수도 있고 출자전환 식으로 기존 차입금과 상계할 수도 있다" 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전자.상선.중공업.종합상사 등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경영권에 침해되지 않을 정도의 주식을 남기고 나머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전자의 경우 온세통신(28.3%).두루넷(9.44%).하나로통신(7.3%).신세기(2.8%).한통프리텔(2.05%) 지분 등이 우선 매각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보유 주식.자산 등 확보 가능한 1조원의 유동성 확보방안을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제시했다. 이밖에도 현대는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도 필요 시설을 임대(아웃소싱)로 바꿔 공장부지를 내놓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한편 지난 27일 일본으로 출국했던 정몽헌(鄭夢憲)회장은 30일 오후 귀국해 구조조정본부의 이같은 자구방안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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