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시장서 불신의 장막 걷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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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벌써 마지막 주다. 5월이 1년중 가장 좋은 시절이라지만, 경제만 놓고 보면 별로 좋을 것이 없는 한달이었다.

특히 지난주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한주였다. 주가와 금리.환율 등 모든 시장지표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겁에 질린 모습이었고, 정부 경제팀은 '실패한 경제관료' 로 매를 맞았다. 일련의 흐름이 97년 위기발발 전야를 연상시킨다는 독자들도 있었다.

싫더라도 꼭 기억해야할 것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과 신뢰문제다. 대통령이 직접 위기극복 선언을 했지만, 우리 경제가 국내외 변수의 작은 움직임에도 얼마나 큰 충격을 받는지 지난 한주동안 절감한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취약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이나 금융기관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불신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지난주 정부 경제팀이나 현대그룹이 톡톡히 느꼈을 터이다.

이번주는 아마도 올 상반기중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초 정부나 현대그룹, 시장의 움직임은 경제의 앞날까지 좌우할만한 무게가 걸릴 것이다.

현대그룹의 자금난은 지난주말을 고비로 당면 현안이 됐다. 현대 문제는 그동안 시장에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채 막연한 불안감의 근원으로 남아 있었다. 덕분에 '정부의 실패' 가 '현대의 실패' 로 바뀌는듯한 양상이다.

당국과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 주말 현대그룹에 유동성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창업자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퇴진과 계열사 정리.매각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29일 이전에, 시장이 납득할만한 수준' 으로 내놓으라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였다.

현대도 답안지를 만드느라 고심을 거듭했다. 오늘 이후 시장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비단 증시뿐 아니라 자금.외환시장, 해외의 반응까지 살펴야 한다.

정부는 현대 파문의 불똥이 다른 기업들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보증기관 추가 출자, 투신사 수신기반 확대 등의 조치를 내놓았으나 얼마나 먹힐지는 두고봐야 한다.

더우기 이번주 중에 예정된 노동계의 총파업이 실행될 경우 시장이 받는 충격은 가중될 것이다.

지난주말 워크아웃 대상 선정에 실패한 ㈜새한의 운명도 이번주중에 드러날 전망이다. 곧 발표될 5월 무역수지나 물가 등 실물지표들은 우리 경제의 체력 파악을 위해 눈여겨봐야할 것이다.

해외여건은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미국 증시도 호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30일께 결정될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운명이다. 연방법원은 MS사의 분할을 최종 판결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나 MS의 수난은 공룡기업도 법이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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