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레이커스 대패 분석

중앙일보

입력

레이커스가 자만한 것이냐, 포틀랜드가 잘한 것이냐.

LA 레이커스가 23일(한국시간)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NBA 웨스턴컨퍼런스 결승시리즈 2차전에서 예상밖으로 77-106, 무려 29점차로 참패했다. 그것도 홈코트에서 벌어진 일로 LA 팬들은 충격을 넘어 허탈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불과 이틀전 같은 장소에서 15점차 완승한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른 결과였기에 충격은 더했다.

레이커스로서는 이날 경기가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빼아갔을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레이커스 격파의 묘책’을 확인시켜줬다는 것이 더 큰 손실이었다.

너무 의외의 결과를 낳은 이날 경기를 놓고 ‘레이커스가 너무 못했다’는 설과 ‘포틀랜드가 선전했다’는 주장이 분분하다.

▲레이커스 졸전 설
1차전 레이커스의 야투성공률은 42.3%, 자유투 성공률은 무려 87.5%에 달했다. 2차전에서는 39.1%와 53.1%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포틀랜드의 악착같은 수비의 영향도 있었지만 레이커스 선수들의 느슨해진 정신상태도 작용했다. 즉, 1차전에서 너무 쉽게 이겨 2차전에선 맥을 놓고 있다 경기흐름을 놓친 것이다.

상대방이 오닐을 더블팀, 트리플팀으로 마크하는 것은 언제나 있어온 일이다. 그것이 오닐에게 있어 1쿼터 종료 29초전에서야 첫 득점을 올리고 전반 내내 6득점에 그친 변명은 될 수 없다.

또 플레이오프 평균 23.4점을 올리며 오닐이 막힐 때 경기를 풀어나간 코비 브라이언트가 13득점에 그치며 제 역할을 못했으며 글렌 라이스의 6득점은 거론키도 창피한 성적이다.

▲포틀랜드 선전 설
포틀랜드는 포워드진이 레이커스보다 우세하다는 자신들의 장점을 비로서 파악하고 활용한 듯 하다.

수비에서 섀킬 오닐을 아비다스 사보니스에게만 맡기지 않고 파워넘치는 포워드 2∼3명씩을 계속 붙인 것은 야비한 파울로 일관하는 ‘섀크 해킹’보다 훨씬 더 효과를 발휘했다.

공격에서도 무분별한 외곽슛을 남발했던 1차전과 달리 포워드진이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 들거나 골 인근에서 야투를 날려 야투성공률을 53.5%에서 7.8%로 끌어올렸다.

전반전에서 포틀랜드가 시도한 26차례 야투의 대부분은 골밑을 파고 든 것이었다.

스카티 피펜, 라시드 월라스, 스티브 스미스의 활약은 눈부셨다.

“1차전에서 너무 외곽슛을 남발했다”는 스스로의 분석대로 피펜은 2차전에선 전반 단 한번의 야투만 날렸다. 그래도 그는 21득점에 11리바운드로 팀도 리드하고 자신도 최상의 경기를 펼쳤다.

1차전 3쿼터에 퇴장까지 당했던 월라스는 이날 동료들과 함께 오닐 견제를 충실히 수행했는가 하면 공격에서는 팀의 최다인 29득점을 올렸다. 3점슛은 3번 시도에 만점.

글렌 라이스의 호적수인 스티브 스미스의 경우도 24득점에 3점슛 2번 시도에 2번 성공의 A학점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피펜, 월라스, 스미스 3명의 득점(74)이 포틀랜드 전체득점의 70%를 차지한 것이다.

포틀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경기마다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는 것. 만일 포틀랜드 선수들이 2차전처럼 단합된 모습을 계속 유지한다면 레이커스로서는 남은 일정이 힘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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